미국 소비자들이 소고기 햄버거 대신 치킨샌드위치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 기업들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저렴한 닭고기를 포함시킨 샌드위치류를 앞다퉈 내놓으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물가 시대에 접어든 미국에서 소고기버거 대신 치킨샌드위치가 인기를 끌면서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낮은 원가로 수익성이 더 좋은 치킨샌드위치 판촉에 집중하고 있다.

파파이스, 파네라 브레드 등은 최근 새로운 치킨샌드위치를 출시했다. KFC와 웬디스, 버거킹은 올해 들어 신상 치킨샌드위치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들인 돈만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138개의 요식업체와 편의점이 치킨샌드위치 판촉 행사를 펼친 것으로 집계됐다.

높은 물가에 시달리는 미국 소비자들도 치킨샌드위치 수요를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치킨샌드위치 가격을 지난해 동기보다 평균 5% 가량 인상했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1∼7달러 사이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의하면 지난 2분기 미국 소비자들은 치킨샌드위치를 사먹는 데 총 24억달러(약 3조1396억원)를 지출했다. 같은 기간 치킨샌드위치 주문량은 6억7800만개를 돌파해 직전 분기보다 3% 가량 증가했다.

치킨샌드위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닭고기 공급업체들의 수익도 개선됐다. 지난해 상반기에 66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미국 최대 가금류 업체 필그림스 프라이드는 올해 상반기에는 6억43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필그림스의 주가도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지난 12개월간 40% 넘게 뛰었다. 또 다른 가금류 업체 퍼듀 팜스의 대변인은 "치킨샌드위치 경쟁이 전쟁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이 확대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