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받은 일라이 릴리의 ‘GLP-1·GIP’ 이중작용 제2형 당뇨병 치료약 ‘몬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의 아성에 도전 중인 신약벤처가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카못 테라퓨틱스(Carmot Therapeutics)는 1억6000만달러(약 2092억원)의 시리즈D 투자를 받았다고 1일(미국 시간) 밣혔다. 이번 투자는 헬스케어 분야 전분 벤처캐피털(VC)인 컬럼그룹(The Column Group)이 주도했다.

카못은 GLP-1과 GIP의 이중작용제(CT-388)의 임상 2상(NCT04838405)을 진행하고 있다. GLP-1은 체중 및 혈당을 조절하는 글루카곤과 유사한 펩타이드며, GIP는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는 펩타이드다. 두 펩타이드 모두 당뇨병 치료와 체중조절을 통한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널리 쓰이고 있다. 카못은 CT-388의 임상 2상과 후속 후보물질인 'CT-996'의 임상 1상에 투자금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CT-996은 GLP-1을 저분자화합물로 만든 먹는(경구용) 약이다. 피하주사로 맞지 않고 간편히 경구 복용할 수 있어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기대된다.

CT-388의 경쟁자는 이미 시장에 출시된 릴리의 몬자로다. FDA의 첫 승인을 받은 GLP-1·GIP 이중작용제다. 만만한 경쟁자가 아니란 평가다. 몬자로는 출시 이전부터 ‘살벌하게’ 살이 빠지는 약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2539명이 참여한 임상 3상(SURMOUNT-1)에서 10㎎을 매주 투약한 환자군의 경우 평균 22㎏ 체중이 감량됐다. 5% 이상 체중 감소를 달성한 실험참가자의 비율은 5㎎ 투약군의 경우 85%, 10㎎은 89%, 15㎎은 91%였다. 위약 투약군 중엔 35%만이 5% 이상 체중을 감량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상시험 참가전 대비 20% 이상 체중이 줄어든 참가자들도 다수였다.

10㎎ 투약군 중엔 50%가 기존 체중 대비 20% 이상 빠졌다. 15%㎎ 투약군 중엔 57%가 20% 이상 체중을 감량했다. 임상 2상 및 3상에서 카못은 몬자로 이상의 효능을 보여야 승산이 있다.

카못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임상 1상 결과를 감안해 계열 내 최고 의약품(베스트 인 클래스)을 노리고 있다. 몬자로와 같은 GLP-1·GIP 이중작용제더라도, GLP-1과 GIP의 비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약의 효능은 달라질 수 있다.

'미충족 수요' 측면에선 경구용 제제인 CT-996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몬자로를 비롯해 대부분 GLP-1 기반 제제들의 약점은 경구투여가 어렵다는 것이다. CT-996은 저분자화합물로 구성해 환자가 주사를 맞지 않고 알약으로 삼키는 것만으로도 체중 감소와 혈당 강하 효과를 노릴 수 있게 했다. CT-996은 카못의 약물 발굴 플랫폼인 케모타입 에볼루션(CE)을 통해 나왔다. 카못이 2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끌어모은 비결 중엔 자체 약물 발굴 플랫폼을 보유한 점이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지난 상반기 얼어붙었던 바이오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00억원 이상 투자받는 신약벤처들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엔 인공지능(AI)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진단하는 클리리(Cleery)가 1억9500만달러(약 2550억원)를 투자받았다. 리보핵산(RNA) 치료제를 개발하는 CAMP4 테라퓨틱스 또한 지난달 1억달러(1306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