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서 하루 3∼4마리꼴 구조, 61.5%가 올해 태어난 생명
구조해도 재활 불가 많아, "새끼 함부로 데려오면 안 돼"

지난 21일 오후 청주시 청원구의 한 도롯가.

영양부족 상태로 길을 헤매던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새끼 1마리가 발견됐다.

서툰 비행을 하다가 유리창 같은 구조물에 부딪혔는지 날개와 다리가 부러져 있었다.

다행히 시민의 눈에 띄는 바람에 자칫 로드킬 당할 위험에 처했던 황조롱이는 현재 보호시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길 잃고 부딪히고 갇히고…" 번식기 맞은 야생동물 수난
지난 5월 흥덕구 오송읍에서는 어미를 잃고 떼지어 이동하던 흰뺨검둥오리 새끼 4마리가 맨홀에 빠졌다가 삐악거리는 소리를 들은 주민에 발견돼 센터로 옮겨졌다.

신록이 우거지고 먹잇감이 풍성한 5∼7월은 야생동물 번식기다.

상당수 야생동물이 이 무렵 새끼를 낳고 육아한다.

그러나 각종 개발사업이나 서식지 파괴 등으로 이 무렵이면 도심이나 주택가에서 길을 잃거나 사고당하는 어린 생명도 넘쳐난다.

27일 야생동물 치료기관인 충북야동동물구조센터(이하 센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구조된 야생동물 881마리 중 76.5%(670마리)가 번식기인 5월 이후 발생했다.

이 중 412마리(61.5%)는 올해 태어난 새끼다.

김효영 센터 재활관리사는 "대개 8월까지 어미를 잃거나 다친 어린 개체들이 하루 3∼4마리 구조된다"며 "대부분 길을 잃거나 탈진한 상태지만, 사고 등으로 다쳐 자연에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길 잃고 부딪히고 갇히고…" 번식기 맞은 야생동물 수난
황조롱이나 참매, 오리 같은 조류의 경우 유리창 등에 부딪히거나 건물 안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너구리, 고라니 같은 포유류는 어미를 잃고 헤매다가 구조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끼 혼자 있다고 해서 섣불리 구조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어미를 기다리고 있을 확률이 높아 당장 위험에 처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대로 둬야 한다는 얘기다.

조류는 이 시기 야생에 첫발을 내딛는 '이소'(離巢)가 겹친다.

둥지를 떠난 어린 개체는 비행이 서툴고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땅에 내려앉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길 잃고 부딪히고 갇히고…" 번식기 맞은 야생동물 수난
구조된 야생동물은 센터에서 치료받은 뒤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나 훈련을 한다.

직접 먹이를 사냥하거나 천적을 피하는 능력이 확보돼야만 방사가 이뤄지는데 구조 과정에서 사람에게 익숙해지면 자연의 품속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센터 관계자는 "야생에서 어미와 새끼가 항상 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미가 먹이를 찾으러 주변에 나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오히려 사람이 새끼 곁에 가까이 있으면 주위에 머무르고 가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어린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자리를 피해 주는 게 좋고 오랜 시간이 흘렀거나 위험에 처했을 경우에만 구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