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청년실업 심각한데 현정부 무대책" 비난
남아공 전 대통령 "남아공판 '아랍의 봄' 닥칠 가능성"
타보 음베키(80)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이 남아공판 '아랍의 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음베키 전 대통령은 전날 진행된 아프리카민족협의회(ANC) 고위인사 추도식 연설에서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 기아, 인플레이션, 점증하는 사회 불안정으로 '아랍의 봄'과 같은 방식의 자체 소요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 위기가 이처럼 고조되고 있는데도 시릴 라마포사 현 대통령이 아무런 국가적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비판했다.

음베키 전 대통령은 "2월 국정연설(SONA)에서 100일 안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라마포사 대통령은 말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남아공 첫 흑인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에게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음베키 전 대통령은 2008년 퇴임 이후 지금까지 공개석상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그가 다소 이례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직설적인 비난을 내놓은 것이다.

더타임스는 음베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비판은 올해 12월로 예정된 ANC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재선을 노리는 라마포사 대통령에게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음베키 전 대통령의 지적처럼 현재 남아공의 경제적 상황은 암울하다.

남아공은 전 세계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심한 국가로 하나로 꼽힌다.

실업률은 45%에 달하고, 24세 미만의 실업률은 64%에 이른다.

게다가 라마포사 대통령의 기반인 ANC가 정치적으로 분열하면서 그는 전임자인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임기 2009∼2018) 충성파라는 당내 적들까지 상대해야 한다.

주마 전 대통령은 잇따른 부패 추문 끝에 선거 패배를 우려한 ANC의 종용으로 2018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작년 7월 주마 전 대통령이 수감되자 남아공 각지에서 시위와 함께 폭력, 약탈 사태가 확산해 330명이 숨지기도 했다.

라마포사 대통령 본인의 추문도 스스로의 상황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그는 2020년 2월에 미화 400만달러(약 52억원)의 현금 뭉치가 림포포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에서 도난당한 사건과 관련해 22일 남아공 반부패감시단의 질의에 답변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도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도난당한 돈은 희귀 송아지를 팔아 얻은 수입이며 알려진 것보다 액수가 훨씬 적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야당은 그의 해명을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은행 등 관계 기관의 조사를 요구했다.

남아공 안보연구소의 재키 실리어스는 최근 "폭력이 만연하고, ANC 내부 불안정이 고조되면서 올해는 남아공에 위험한 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