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도 안 되는 파업 참가자가 1만1000여 명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직원의 생계뿐 아니라 1만여 명이 넘는 원청 업체 직원, 8만여 명에 달하는 부품 협력사 종사자의 안위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19일 권수오 대우조선해양 사내도급협의회장(녹산기업 대표)의 목소리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48일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를 불법 점거하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와 협상 중인 권 회장은 “정부의 공권력 행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파업 참가자들은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주노총 소속 집행부가 세력을 확대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를 내놨지만, 시간이 갈수록 명분 없는 파업 실상이 알려지면서 파업 참가자도 초기 150명 선에서 현재 90명대로 줄었다”며 “대우조선해양의 하계휴가가 시작되기 전까지 합의에 이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옥정수 대우조선해양 협력사협의체 사무국장도 “도크 장기 불법점거로 이미 파산한 7개 사내 협력사 외에 심각하게 폐업을 고려하는 회사가 많다”며 “많은 회사가 직원 임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전했다. 옥 사무국장은 “파업으로 인해 일이 줄고 주말 특근도 못 하면서 노노갈등, 직장 내 갈등도 심해지고 있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대우조선해양 사내 협력사 대표는 “전체 근로자의 1%도 안 되는 파업 주도 세력은 결코 협력사를 대표할 수 없다”며 “무리한 파업이 자칫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조선산업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까 두렵다”고 거들었다.

경제계는 잇따라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경영계 입장문에서 “대우조선 하도급노조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번 불법점거가 더 길어지면 회복할 수 없는 피해까지 우려된다는 게 경총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등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도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입장에 공감한다”고 했다.

민경진/김진원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