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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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이 도래한 원인이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과소비로 인해 수요가 억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FO)인 빌 스미드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인플레이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스미드 CFO는 “대다수 사람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요인을 논의할 때 언급하지 않는 게 있다”며 “너무 많은 사람의 돈다발을 들고 소량의 물건에 달려들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치품 등 희소한 제품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스미드 CFO는 “정책으로 억제하기 어려운 인플레이션이 도래한 시기가 1970년대였다”며 “이때 7500여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4400만명에 달하는 윗세대를 대체하기 시작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성세대를 밀어내고 주류가 됐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탓에 초과 수요 현상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인구를 약 9200만명으로 추산된다. 스미드 CEO는 “27~42세 사이의 소비자들이 처음 주택과 자동차 구매하는 시기가 이전 세대보다 평균적으로 7년 정도 늦다”며 “최근 2년 사이에 이들이 시장에 몰려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 세대보다 인구수가 50% 더 많은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를 갈망하고 있으며 향후 12년간 나타날 변화의 시작이다”라며 “미국 중앙은행(Fed)가 금리를 인상해 대출받고 소비하는 걸 억제할 수 있지만 수요 폭증 현상 자체는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과다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웰스파고는 미국 노동부의 통계를 분석해 지난 1월 밀레니얼 세대가 다른 세대보다 물가상승에 타격이 크다고 발표했다. 웰스파고는 세대별로 주요 소비 품목을 간추려 체감 인플레이션 지수를 적용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은 베이비붐 세대보다 1%포인트 높았다.

오히려 물가상승에 지출을 단념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미국의 핀테크 업체 데이브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61%는 평생 원하는 제품의 대부분을 구매할 수 없을 거라고 답했다. MZ세대의 절반은 물가 상승으로 휴가를 반납하고, 지인 결혼식 참석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지는 “밀레니얼 세대가 사회초년생이 되고 Z세대가 취업할 때쯤이면 경기침체가 도래했을 것”이라며 “이미 불어난 학자금 대출 이자와 치솟은 월세에 고통받고 있는 게 MZ세대다”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