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과장급은 최소 2년, 사무관 이하는 최소 3년 이상 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인사·업무혁신안을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부서에서 1년 안팎 일한 뒤 다른 부서로 옮겨다니는 공무원 사회의 순환보직 관행을 깨고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산업부는 연공서열 타파를 위해 발탁 인사를 늘리고 직원들이 희망 부서를 써내면 국·과장이 함께 일할 직원을 고르는 ‘드래프트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민간에서 일해본 이창양 산업부 장관이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에 나선 것이다.
[단독] 이창양의 인사 실험…"한 부서에서 3년은 일하라"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지난 13일 직원 간담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직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혁신·인사개선 방안’을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업무혁신·인사개선 방안을 보면 산업부는 과장급인 경우 한 보직에서 최소 2년, 사무관 이하는 3년 이상 근무하는 것을 인사 원칙으로 세웠다. 산업부를 비롯해 정부 중앙부처 과장들은 보통 1년마다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많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고 장기 계획을 세우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산업부는 올해 인사부터 부서를 옮긴 지 2년이 안 된 사무관 이하 직원은 다른 부서로 전보도 원칙적으로 금지할 계획이다. 한 보직에서 자발적으로 장기 근무하는 직원에겐 승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해 발탁 인사도 늘릴 방침이다. 우수 주무관(6급)에게 승진 기회를 보장하고,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 관행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다. 발탁 인사를 강화해 성과 중심 평가·보상 체계를 확립하려는 뜻도 있다. 산업부 계획에 따르면 행정고시를 통해 5급으로 공직에 들어온 공무원이 발탁 승진을 거듭할 경우 과장 승진까지 기간이 지금보다 4~8년 단축될 것으로 알려졌다. 6급 이하 공무원의 과장 승진 시기도 현재 52세에서 40대 중후반으로 당겨질 수 있다.

산업부는 직원들이 희망 부서를 적어내면 국·과장이 함께 일할 직원을 고르는 드래프트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엔 직원들로부터 희망 부서 지원을 받아도 인사를 담당하는 운영지원과에서 알아서 인사를 냈다.

산업부는 공무원들의 유학 기회도 늘리기로 했다. 또 유학 인원 선발 과정을 기존 운영지원과장 중심의 ‘선발심사위원회’ 대신 1차관이 중심이 된 ‘승진심사위원회’로 바꿔 공정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원전 관련 수사로 실무자들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도 개선할 방침이다.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월~목요일 30분씩 추가 근무할 경우 금요일 오후 4시 이후 퇴근이 가능한 ‘조기 퇴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과잉 의전 금지 △구두·메신저 보고 활성화 △주말 업무 연락 금지 등도 혁신안에 담았다. 산업부는 ‘익명제보방’을 운영해 이 같은 이행 방안이 잘 이행되는지 점검한다. 이창양 장관은 그 결과를 직접 챙길 계획이다.

산업부 직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이 장관의 조직혁신 시도를 높게 평가하고 ‘뺑뺑이 보직 문화를 혁파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시하는 직원도 많지만 인사 적체 해소를 위한 근본 대책은 없다는 불만도 나온다. 발탁 승진이 ‘줄세우기’로 변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 내부 게시판엔 “성과 중심 평가의 구체적 기준과 절차를 알려달라”는 의견도 올라왔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