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멘트 공장 내 시멘트 원료와 연료를 녹이는 소성로(빨간색 부분의 원통형 가마).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한 시멘트 공장 내 시멘트 원료와 연료를 녹이는 소성로(빨간색 부분의 원통형 가마).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화물연대 소속 시멘트운송차주의 집단운송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13일 시멘트공장내 제조 설비인 소성로(킬른)가 사상 처음으로 멈춰 섰다. 한국시멘트산업 60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24시간 365일 가동돼야하는 소성로가 한번 멈추게 되면 재가동해 정상적인 생산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일주일이상 걸리고 비용도 수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지난 7일 운송거부가 시작된 이후 시멘트 출하가 막히면서 현재까지 시멘트업계의 매출 손실만 900억원, 레미콘업계는 2000억원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3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13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쌍용C&E, 한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국내 7곳 시멘트업체들이 생산하는 시멘트 재고율이 지난 12일 71%로 전일(60%) 대비 10%포인트(p)이상 급증했다. 13일에 80%대를 돌파해 조만간 한계에 달할 전망이다. 화물연대 때문에 출하가 막힌상태에서 계속 생산만 하다보니 본사 공장과 전국 유통기지에서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진 것이다. 시멘트는 공기 중에 장시간 노출되면 굳어져버리기 때문에 한 달이상 장기 보관이 불가능하다.

일부 공장에선 지난 주말 소성로 가동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60년 시멘트업계 역사상 홍수나 태풍 등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소성로 가동을 중단해야하는 상황까지 간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소성로는 섭씨 2000도 상태에서 제조 연료(유연탄)와 원료(석회석 등)를 태워 용융시켜 시멘트를 만드는 핵심 설비다. 24시간 365일 가동되기 때문에 한번 멈춰서면 소성로 한 기당 하루 손실이 2억~3억원 가량 발생한다. 화입, 예열, 시험가동 등으로 다시 가동하는 데 일주일 이상이 걸리고 이 비용 역시 3억원 가량이 추가로 든다. 시멘트업계에는 현재 단양, 제천, 영월 등 전국에 36개 소성로가 가동중이다. 만약 시멘트 재고율이 100%에 육박해 전체 소성로가 일주일간 멈추게 된다면 600억~8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주력 생산품을 장기 보관이 불가능한 시멘트보다 상대적으로 오랜 보관이 가능한 반제품(클링커)으로 돌려 가급적 소성로 가동 중단을 늦추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따른 국내 시멘트업계의 매출 손실은 지난 12일 기준 누적 770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피해액이 150억원씩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13일 기준 900억원을 돌파해 14일엔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 골재를 섞어 레미콘을 만드는 레미콘업계 역시 화물연대에 따른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으로 2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