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민심·국제사회 압박' 등으로 막판까지 고심 관측도
경제·코로나 대응 주로 다뤄질듯…대남·대외정책 언급될지도 주시
北 전원회의 시작…김정은 '핵실험 메시지' 낼지 관심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8일부터 시작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는 앞으로 한반도 정세 흐름을 좌우할 변곡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회의를 주재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에서 핵실험을 예고하는 폭탄 발언이 나올 경우 현재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은 더 악화해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이 회의 결과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북한은 전원회의가 전날 김 위원장의 사회로 열렸다고 9일 밝혔다.

회의는 최소 나흘 이상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이 6·25 동란에 비유하면서 국가적인 방역 역량을 집중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퇴치와 식량 등 경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신규 발열 환자가 이틀째 5만명대를 유지하는 등 안정세라고 주장하는 북한은 여전히 방역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감염병 확산 등으로 농촌 일손을 돕는 대규모 인력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가뭄 등으로 식량 생산에 빨간등이 켜진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북한으로 유입되는 외부 지원 물량이 넉넉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외·대남정책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그동안 선전매체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거칠게 비난해왔지만, 공식 담화나 관영매체를 통해선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밀착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대외 기조가 확인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거의 완료한 시점에서 열려 이와 관련한 메시지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진행되는 핵실험 준비 작업은 계측 장비 등의 반입만 남겨 놓고 있어 이르면 10일에도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이번 회의가 핵실험 명분을 쌓는 기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집권 이래 노동당 기능 복원에 주력한 김 위원장은 주요 결정을 내릴 때마다 당 회의를 거친 만큼, 이번에도 전원회의를 통해 관련 메시지를 낼 수 있어서다.

2018년 4월 20일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2017년 9월 6일 제6차 핵실험 당일 오전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관련 결정서를 채택하고, 핵실험 명령서에 친필서명을 한 바 있다.

2016년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앞두고는 직접적인 핵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4차 핵실험(2016년 1월 6일)을 한 달여 앞뒀던 2015년 12월에는 예고성 발언을 했다.

당시 평천혁명사적지를 시찰하며 "오늘 우리 조국은 수소폭탄의 거대한 폭음을 울릴 수 있는 강대한 핵보유국"이라며 '수소폭탄'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北 전원회의 시작…김정은 '핵실험 메시지' 낼지 관심
그러나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구체적으로 핵실험 관련 결정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홍 실장은 "2013년 2월 12일 핵실험 이후 3월 31일 전원회의, 2017년 9월 3일 핵실험 이후 10월 8일 제7기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한 바 있으나, 핵실험 결정을 위해 전원회의 개최 형식을 갖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틀에서 기존 전략무기 개발 지속 방침을 재확인하는 정도는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핵실험과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느냐 여부 뿐 아니라 이미 준비를 마친 핵실험 버튼을 언제 누르느냐도 관심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상 상황이 핵실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풍계리 3번 갱도에 핵실험 준비의 최종단계 격인 케이블 연결 작업까지 마친 것으로 관측되는데 핵실험을 안 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관건은 날씨다.

이번에 안 하면 장마가 끝난 9월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 실장도 과거 6차례의 핵실험이 모두 건조하고 화창한 날씨에 진행됐다며 장마 이후 가을에 공화국창건일(9월9일)이나 당창건일(10월10일)을 계기로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저녁까지 북한 전 지역에 비가 내리고, 10일은 평안북도와 풍계리가 있는 함경도에 5㎜ 미만의 비가 가끔 올 전망이다.

또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봉쇄와 격폐 위주의 고강도 방역정책을 시행하면서 악화한 '코로나 민심'과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압박'도 시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염병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조치에 지친 주민들에게 민생과 동떨어진 핵실험이 곱게 보일 리 없어 김 위원장이 고심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핵실험은 미사일 발사와 달리 조용히 할 일이 아니다.

정치적 이벤트이고 많은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그러나 코로나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핵실험을 감행하고, 이를 북한 주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北 전원회의 시작…김정은 '핵실험 메시지' 낼지 관심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고 있고, B-1B 전략폭격기를 괌 기지로 이동시킨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우리는 계속된 핵실험 가능성을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핵 실험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CVN-76), 에이브러햄 링컨호(CVN-72)가 한반도 인근 7함대 작전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한미는 이들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