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상가 경매 투자기법
유동인구 많은 지역의 1층 점포 골라야 지난 글에 이어 각종 상가 얘기를 더 해보자. 그리고 경매를 통해 상가를 사는 노하우를 앞으로 더 자세하게 소개할 생각이다. 모든 투자에서 경쟁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경쟁이 심하면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경매시장에서, 특히 상가시장에서 가장 재미를 톡톡히 보는 것이 근린상가다. 투자자들이 많이 모이는 인기 종목일수록 낙찰가가 높다. 또 그럴수록 투자자에게 우량 매물로 돌아갈 확률은 줄어든다. 이게 세상의 이치다. 상가 경매가 비인기라고 한다. 그렇지만 아파트 상가나 중심 상가는 사람들이 꾸준히 몰린다. 비인기 종목 중에서 ‘더 비인기 종목’인 근린상가는 사람들이 안 몰린다. 그런 점에서 근린상가는 틈새 종목이라 할 수 있다. 영업 안 돼 나오는 상가도 많아 근린상가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는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체로 상가 경매를 하려는 투자자들을 만나보면 “장사가 잘되겠느냐”며 먼저 걱정부터 한다. 또 월세가 잘 나올 수 있겠느냐고 지레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상가시장을 잘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예를 들어 택지지구로 개발하는 신도시는 5~10층 규모의 근린상가(주로 플라자 또는 종합상가로 명명)의 일반분양은 초기 분양률이 50~60%다. 인기가 좋은 편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에게 돈 되는 근린상가 경매 물건을 추천하면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근린(近隣)’ 상가는 지역 상권 가까운 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는 상가를 말한다. 아파트 상가와 중심 상가 중간쯤에 있고 업종도 편의점, 음식점 등으로 주로 생활 밀착형 물건을 파는 상가다. 아파트 상가나 중심 상가는 처음부터 배후 상권이 안정된 게 특징이다. 반면 근린상가는 유동인구가 많아지는 시점부터 상권이 활성화된다. 단지 내 상가보다 상권 범위가 넓은 반면 중심 상가에 비해 매매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근린상가는 대체로 택지지구 내에서 상가 공급이 많은 도로변에 많다. 영업이 잘 안 되어서 경매로 나오는 상가도 많다. 하지만 주로 상가 투자자가 금융권에서 빚을 많이 얻어 썼다가 임대가 안 돼 또는 이자부담이 커 경매시장에 나오는 것이다. 1층 상가가 경매로 나온 것은 무리한 대출 때문에 나온 경우가 많다. 2층 이상은 영업 부실로 인해 임대료를 받기 어렵거나 임대가 안 돼서 나온 경우다. 적은 투자금으로 소자본 창업자에 나서려는 사람이나 임대를 목적으로 상가를 값싸게 사두려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근린상가 경매에 대해 알아보자. 수원법원 안산지원에서 경매가 진행된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근린상가 낙찰 사례를 놓고 연구해 보자. 2001년 8월에 지어진 대지 489평, 5층 규모의 근린상가다. 일반상업지역 내에 위치해 있는 1층 상가 10평(15평형)이 경매에 나왔다. 최초 감정가 1억1500만원에서 2회 유찰해 최저 경매가격이 7360만원(감정가의 64%)으로 떨어졌다가 K씨가 단독 입찰로 7429만원에 낙찰 받았다. 이 상가는 시외버스 정류장 인근인 데다 주변에 서해아파트 등 대규모 주거 밀집지역도 갖추고 있다. 흔히 말하는 상권 형성이 잘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등기부등본 상 권리분석은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 상가 경매는 이중경매였다. 즉 경매사건 번호가 여러 개 있는 경매 물건이었다. 2002년 1월 최초 근저당권 설정자인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우리은행, 쌍용캐피탈 등이 임의경매와 강제경매를 번갈아 신청했다. 이중경매 아닌 삼중경매는 대체로 경매 취하 가능성이 없어 권리분석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경매 낙찰 후 권리 순서에 따라 배당을 받아나가는 물건이기 때문에 인수해야 할 권리는 없는 깨끗한 물건이었다. K씨는 입찰 전 권리분석보다는 물건분석에 치중했다. 이 상가에 세든 세입자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 115만원의 계약을 하고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보증금이 워낙 소액이었다. 탐문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월세를 수 개월치 내지 않아 보증금이 월세로 다 나가버린 상태였다. 명도에 따른 저항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문제는 과연 이 상가를 낙찰 받았을 때 수익성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조사를 먼저 시작했다. 우선 상권분석을 해본 결과 장사가 썩 잘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안정성은 있어 보였다. 게다가 1층 상가여서 임대도 손쉬워 보였다. 인근 자영업자들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장사가 생각만큼 잘 안 된다고 말하는 답변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인근에서 분양하는 신규 상가의 경우 분양가가 만만치 않았다. 1층 분양가가 많게는 3.3제곱미터 당 1800만~2000만원 수준이었고, 2층도 700만~900만원이었다. 가격이 무척 센 편이었다. 그런데 이 경매 물건은 최저 입찰가로 따지면 3.3제곱미터 500만원이 채 안 되었다. K씨는 일단 대단한 횡재(?)라고 판단해 3.3제곱미터 당 492만 원꼴에 입찰해 최고가 매수인이 됐다. 낙찰에 성공한 것이다. K씨는 단독으로 입찰했던 게 조금 찜찜하긴 했지만 시세의 거의 절반값 이하로 산 것에 만족하고 명도에 나섰다. 상가 임차인은 수제비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 임차인은 경매에 직접 참여해 낙찰 받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좋은 조건으로 다시 세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K씨는 명도 때문에 세입자와 껄끄러울 필요가 없고 추가로 비용도 들지 않는 편한 길을 택했다.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의 재계약서를 작성했다. 기존 세입자에게 이처럼 다시 세를 놓으면, 이것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K씨는 이 같은 경매 투자를 통해 연 10% 정도의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은행 금리의 2배 정도 되는 금리를 얻게 되어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물론 이 같은 임대수익 중에서 일부는 임대소득에 따른 세금으로 내야겠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니다. 그리고 만일 이 상가를 시세대로 판다고 하면, K씨는 100%의 수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일산신도시에 있는 근린상가 내의 작은 상가를 낙찰 받은 얘기를 해보자. 내가 컨설팅해준 투자자 A씨 얘기다. 적은 돈으로 상가를 사 월세를 놓겠다는 사람들이 요즘 많은데 그 투자자는 그런 사람들 중에서도 돋보이는 사람으로 손꼽힌다. 액세서리 회사에서 디자인실장을 하는 30대 초반의 이 투자자는 애초부터 상가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경매를 통해 값싸게 상가를 잡아 액세서리 판매에 직접 나서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예비 여사장이었다. 내가 여러 물건을 추천했더니 이 상가를 택했다. 이 상가는 우선 가격에 비해 상권이 괜찮고 유동인구도 일일 500~700명 정도여서 장사도 잘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그 물건은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 H쇼핑타운 5평형이었다. 10층 건물 중에서 1층에 있었다. 감정가 4000만원에서 무려 6회 유찰 후 최저 경매가가 1048만원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값싸게 살 좋은 기회였다. 권리분석에도 별 이상이 없었다. 일산새마을금고가 1999년에 채권 최고액 3500만원의 대출을 해준 이후 제2 금융권의 각종 가압류가 2건이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낙찰 뒤 직권으로 말소되는 권리였다. A씨가 입찰한 날 입찰장에는 4명이 입찰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그는 차순위 입찰자보다 90만원을 더 써내 1290만원에 낙찰 받았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32%. 기분 좋은 수준에서 상가 주인이 바뀌는 기분 좋은 결과였다. 세입자 조사를 해보니 선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임차인이 보증금 500만원, 월 25만원에 계약하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한 상태였다. 그 임차인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 변제를 받는 세입자였다. 따라서 낙찰자가 추가로 인수해야 할 권리가 없는 깨끗한 상태였다. 상가 세입자 분석은 이렇게 한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배당 요구를 한 세입자가 낸 보증금이 일정 금액(서울의 경우 환산보증금 기준 4500만원) 이하이면 그 세입자는 상가 낙찰가의 3분의 1 선에서 최우선적으로 변제받는다. 이 때문에 그런 세입자일 경우에는 깨끗하게 내보낼 수 있다. 예전하고는 다른 상가 경매시장의 분위기인 셈이다. 이 같은 법 조항을 잘 이용하면 명도 저항 없이 깔끔하게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다. 이런 물건은 명도의 키(key)가 낙찰자에게 있다. 왜냐하면 기존 세입자가 배당받기 위해서는 낙찰자로부터 명도확인서와 인감증명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글이 길어지니 일단 여기에서 일단락을 한다. <계속> 메트로컨설팅(www.metro21c.com) 대표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