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닝보 호가 싣고 온 수출 컨테이너가 미국 포틀랜드 터미널에 하역되고 있다.(사진=SM상선)
SM 닝보 호가 싣고 온 수출 컨테이너가 미국 포틀랜드 터미널에 하역되고 있다.(사진=SM상선)
"이런 것도 주식이라고 상장 폐지 시켜라."

상장사인 티케이케미칼 종목 게시판에는 성난 주주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인수합병의 귀재로 통하는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에 인수됐다. 인수 직후 SM그룹의 M&A 작업에 동원되면서 2011년 SM하이플러스와 SM상선, 2013년 대한해운 지분을 취득했다.

지난해부터는 HMM 지분을 사들였다. 매입한 회사 지분 가치는 9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회사 시가총액은 4000억원대에 머무르면서 극도로 저평가받고 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고작 1배에 불과하다. 무배당으로 일관하는 데다 기업 홍보에도 소홀한 탓에 주주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도 주식이라고 상장폐지 시켜라"…주주들 '분노'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티케이케미칼이 보유한 SM하이플러스(보유 지분 34.1%) SM상선(29.55%) 대한해운(11.65%) HMM(0.09%) 등의 지분 가치는 9128억원으로 나타났다. 비상장사인 SM상선의 지분가치가 5288억원으로 가장 컸다. SM하이플러스(1680억원), 대한해운(1600억원), HMM(128억원) 등의 보유 지분가치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 회사 시가총액은 보유 지분가치를 크게 밑돈다. 전날 이 회사 주가는 25원(0.51%) 오른 4880원에 마감했다. 전날 종가를 반영한 시가총액은 4436억원에 그쳤다.

이 회사의 실적도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 매출 6939억원, 영업이익 665억원을 거뒀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61.63%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말 PER은 1.26배로 화학업종 PER인 52.29배를 크게 밑돌았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매출 7601억원, 영업이익 689억원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아웃도어, 래시가드, 마스크, 레깅스에 들어가는 스판덱스와 플라스틱 용기 판매 실적이 뜀박질한 결과다.

여기에 지분을 보유한 SM상선, 대한해운 등의 실적도 급증하고 있다. SM상선은 올 1분기에 매출 5637억원, 당기순이익 3413억원을 거뒀다. SM하이플러스도 매출 510억원, 순이익 207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해운은 매출 3498억원, 순이익 76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수년째 무배당을 이어가는 데다 지배구조도 상대적으로 불투명해 주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