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부동산 문제 해결해야 윤석열 정부 성공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실책은 부동산 정책일 것이다. 특히 주택 임대차 정책 실패는 광범위한 계층의 거주 실수요자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였다. 임대차 시장의 혼란은 2020년 7월 말 시행에 들어간 임대차 3법이 직접적 원인으로 꼽히지만, 가격이 급등한 매매 시장 상황이 근본적인 이유였다. 문제는 하반기부터 세입자를 힘들게 할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선 임대차 시장과 매매 시장의 관계를 짚어보자. 기본적으로 임대차 시장과 매매 시장은 그 경계선이 불분명하다. 주택을 사려는 수요가 전세 수요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공급되는 주택 역시 임대용과 매매용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세 가격(보증금)과 매매 가격은 서로 영향을 주는데, 매매 가격이 오를 때 주택 구입이 어려운 거주 수요자가 전세로 몰려 보증금이 오르기도 하고, 매매 가격 상승이 저조할 때 주택 구입을 주저하는 사람이 전세로 몰려 보증금이 오르기도 한다. 반대로 보증금이 올라 매매 가격과의 격차가 충분히 줄어들면 매매 수요가 늘어 매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당시 보증금과 매매 가격의 격차는 상당히 좁혀진 상태였다. 전국 아파트의 매매 가격 대비 보증금은 75%에 육박했다. 평균적으로 전세 보증금 3분의 1 정도가 추가로 있으면 보증금을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 상태에서 갭투자까지 부추겨진 것은 거주 수요가 높은 지역에 재건축 억제 등으로 주택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집값이 오르리라는 예상이 퍼졌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보증금도 오르자 2020년 임대차 3법이 도입된다. 임대차 3법은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를 일컫는다. 이 중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문제시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에게 기존 2년의 임대차 기간에 2년을 추가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고, 전월세상한제는 그렇게 2년이 연장될 때 보증금이 이전 금액의 5% 넘게 오르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임대차 3법에 깔린 경제학적 논리를 최대한 좋게 해석하면, 정책입안자는 계약기간이 2년 연장되면 전세 공급뿐 아니라 전세 수요도 동일한 정도로 감소하기 때문에 보증금에 큰 영향이 없으리라 예상한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매매 시장발(發) 충격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다. 이미 매매 가격이 폭등하면서 혼란한 실수요자가 전세 수요에 추가되고, 임대인이 종부세 상승 등으로 증가한 부담을 보증금 인상으로 메우게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보증금이 올랐지만 전세자금대출이 그 상승세를 지탱할 수 있었다. 즉 임대차 3법이 보증금 상승을 촉발하지는 않았더라도 세입자의 부담 증가를 2년 미뤘을 뿐 상승을 막을 힘은 애초에 없었다.

8월부터 임대차 기간 4년을 소진해 전월세상한제에서 풀려난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세 공급에는 별 변화가 없고 전세 수요도 매매 수요로 옮겨갈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임대인 우위의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임대인 입장에서 보증금이 상승세인데 2년 후가 아닌 4년 후에나 올릴 수 있으면 지금 충분히 올리고,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보증금 인상 대신 월세를 받으려는 경향도 두드러질 것이다. 4년은 역동적인 주택시장의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너무 긴 기간이다. 정말 보증금 인상을 묶고 싶다면 기간과 관계없이 전월세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 주택임대사업제도를 확고하게 정착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 초기에 제도를 한껏 장려했다가 이후 주택임대사업자를 다주택자로 매도하며 제도를 흔든 선례가 있어 새 정부라도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매매 시장이 정상화되지 않고는 임대차 시장이 안정될 수 없다. 매매 시장 정상화에는 공급 확대가 핵심이고 관련 세제 개편과 주택담보대출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늘어야 집값이 안정될 텐데, 그러자면 재건축 규제뿐 아니라 분양가상한제를 풀어야 한다. 물론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부동산 문제 해결 없이는 정권 교체가 빛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