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보이 쩌우 자서전·술탄 셀림
[신간] 불멸의 열쇠
▲ 불멸의 열쇠= 브라이언 무라레스쿠 지음. 박중서 옮김. 한동일 감수.
대학에서 라틴어와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를 전공한 뒤 변호사로 일하던 저자는 버섯에서 추출한 환각제 실로시빈 실험을 다룬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된다.

이후 학부 시절 탐닉했던 고대 그리스 종교를 다시 떠올리며 그리스 종교가 번성한 땅을 밟고 그 종교를 연구해온 사람들을 만나며 12년을 보냈다.

책은 고대 그리스인이 신을 만나기 위해 환각성 약물을 사용했는지, 초기 그리스도교인이 그 '비밀 전통'을 물려받았는지 질문하며 출발한다.

예수 탄생 이전 고대 그리스인들이 그들의 고유한 신비에서 구원을 찾았다며 고대에 환각성 음료가 지속해서 사용됐다는 연구 결과 등을 언급한다.

저자는 그리스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독일 뮌헨공대 양조연구센터 등을 찾아 그리스 종교에 관한 증거를 수집한 뒤 그리스 종교와 그리스도교 사이에 뚜렷한 유사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그리스 종교는 4세기 로마제국 시대 그리스도교 기득권층에 의해 '이교'(異敎)로 단정됐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책은 "그리스 종교는 그리스도 신앙에서는 완전히 결여된 것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 본래의 비밀은 우리 모두를 죽지 않을 운명으로 만들 것이었다"며 "이 비밀 중의 비밀이 완전히 제거된 종교에는 모두 남성으로 조합된 성부와 성자와 성령, 영원히 늙지 않는 여성, 그리고 비밀이 빠진 성만찬만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흐름출판. 736쪽. 3만3천 원.
[신간] 불멸의 열쇠
▲ 판 보이 쩌우 자서전 = 판 보이 쩌우 지음. 김용태 외 5인 옮김.
한국과 베트남은 역사적 경험에 있어 공통점이 많이 있다.

국토가 남북으로 분단돼 있었고, 외세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조공 책봉 체제에서 '제후국'의 반열에 있었다.

근대 국가 성립의 정통성이 독립운동에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한국 독립운동사에 백범 김구가 있다면 베트남에는 판 보이 쩌우가 있다.

베트남 독립운동 지도자인 저자의 자서전은 '백범일지'와 마찬가지로 독립운동의 역사가 담겨 있다.

저자는 베트남 독립운동 진영이 의열 투쟁으로 나서게 된 촉매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였다는 점도 생생하게 증언한다.

자서전에는 저자가 쓴 시와 소설, 산문 등도 포함돼 있어 과거시험 준비를 하며 오랫동안 수련한 그의 한문 문장력도 엿볼 수 있다.

책의 번역을 역사학자가 아닌 한문학 연구자들이 한 것도 눈에 띈다.

한국 한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한놈연구원 소속 연구원도 번역진에 포함됐다.

소명출판. 427쪽. 3만3천 원.
[신간] 불멸의 열쇠
▲ 술탄 셀림 = 앨런 미카일 지음. 이종인 옮김.
세계적인 중동사 연구자로 알려진 미국 예일대 역사학과장인 저자가 그간 초점을 맞춘 오스만제국을 중심으로 한 중동사와 환경사를 넘어 오스만제국의 세계사적 영향력을 추적한 책이다.

서양 중심적 관점에서 탈피해 16세기 초 근대의 태동 중심에 있었던 오스만제국을 강대하게 만든 9대 술탄 셀림 1세를 주목한다.

저자는 정복왕으로 불린 셀림의 생애는 세계사에서 아주 중대한 시기 50년에 걸쳐 있다고 말한다.

셀림은 오스만 왕조의 서른여섯 술탄 중 가장 영향력이 큰 통치자였으며, 오스만의 영토를 3배 더 확장하고 제국의 통치 구조를 완성하는 등 제국이 400년간 지속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특히 셀림은 피정복지마다 고유의 사회구조와 문화를 유지하도록 용인했고, 종교적 다양성 정책을 펼쳐 유대인을 제국의 품 안에 포용했다고 강조한다.

또 이 강대한 이슬람 제국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 근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책과함께. 848쪽. 3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