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의 CD20·CD3 T세포 타깃 이중항체 치료제가 유럽 시판 승인을 받았다. 난치성 질환으로 꼽히는 재발·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치료 목적이다. 이 치료제는 환자 세포를 활용하지 않는 범용(off-the-shelf) 치료제다. 환자 세포를 활용해 공정절차가 복잡한 키메릭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업체 측은 내다봤다.로슈는 8일(현지시간) 이중항체 치료제 룬수미오가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재발·불응성 여포성 림프종 치료제로 조건부 사용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전에 두 차례 이상 전신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이 치료제를 활용할 수 있다.유럽에서 여포성 림프종 이중항체 치료제가 허가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년 유럽에서만 2만8000명 넘는 사람이 여포성 림프종으로 진단 받는다. 다섯명 중 한명이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다. 많은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지만 여포성 림프종은 여전히 완치가 쉽지 않은 질환으로 꼽힌다. 재발이 흔한 데다 재발 후 추가 치료를 받을수록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아서다.EMA는 룬수미오의 1·2상 연구인 'GO29781'을 토대로 사용 승인을 결정했다. 추적조사 중간값이 18.3개월이었던 분석에서 환자들의 치료제 반응기간 중간값은 22.8개월로 집계됐다. 환자 90명 중 54명이 완전반응을 보여 완전 반응률(CRR)은 60%였다. 암 세포가 줄어든 환자는 72명으로 객관적 반응률(ORR)은 80%였다.가장 흔한 부작용은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으로 39%가 호소했다. 다만 상당수가 낮은 등급의 부작용을 호소했고 치료를 끝낸 뒤에는 증상이 사라졌다. 호중구감소증, 발열 등의 부작용도 일부 환자들이 호소했다. 레비 개러웨이 로슈 최고의학책임자(CMO)는 "룬수미오의 반응률이 높은 데다 범용으로 쓸 수 있고 외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어 진행성 여포성 림프종 환자 치료법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CAR-T세포처럼 효과가 높지만 환자에게 사용하는 데 좀더 편하다는 것이다.EMA는 지난달 여포성 림프종 3차 치료제로 노바티스에서 개발한 CD19 타깃 CAR-T세포 치료제 킴리아를 승인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에서 개발한 CAR-T치료제 예스카타도 여포성 림프종 치료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이들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빼낸 뒤 수용체를 조작해 암 세포를 공격하도록 바꾼 뒤 몸 속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개인 맞춤형 제조 공정을 마치기 위해 2주 넘게 시간이 걸린다. CAR-T세포 치료를 위해선 세포 채취를 할 수 있는 대형 의료기관에 가야한다는 것도 사용에는 걸림돌이다. 로슈의 룬수미오는 이들과 달리 작은 의료기관에서도 간단히 투여할 수 있다. 환자 치료에 확실한 이점이 있는 셈이다.임상 데이터도 CAR-T세포 치료제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킴리아는 여포성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완전반응률(CRR) 69%였다. 암세포가 줄어든 반응률(ORR)은 86% 였다.로슈는 CD20·CD3를 타깃으로 한 미만성 거대 B세포림프종(DLBCL) 치료제 후보물질 글로피타맙을 개발하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룬수비오와 글로피타맙의 최대 매출을 20억 달러로 평가했다. 로슈는 이미 EMA로부터 DLBCL 치료제인 폴리비 사용 승인을 받았다. 룬수미오는 두 번째 림프종 치료제다.기존 바이오 신약의 특허가 끝나 바이오시밀러의 공격을 받고 있는 로슈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새 무기를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리툭산, 허셉틴,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서 지난해 로슈가 손해 입은 글로벌 매출은 45억 스위스프랑에 이른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셀트리온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가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의약품부족운영위원회(MSSG)가 선정한 ‘코로나19 공중보건비상사태(PHE) 중요 의약품(critical medicines)’에 선정됐다.9일 업계에 따르면 MSSG는 지난 7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예방 또는 치료 목적으로 유럽연합(EU)이 승인한 백신 및 치료제 등을 포함한 중요 의약품 목록을 발표했다.이번 목록에는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용도로 EU의 승인을 받은 백신 5종과 치료제 9종이 포함됐다. 백신은 화이자 ‘코미나티’, 얀센 ‘J코브든’, 노바백스 ‘뉴백소비드’, 모더나 ‘스파이크박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스제리아’ 등이다. 치료제 목록에는 덱사메타손 포함 의약품, 이부실드, 키너렛, 팍스로비드, 렉키로나, 악템라, 로나프레브, 베클루리(성분명 렘데시비르), 제부디(성분명 소트로비맙) 등이 포함됐다. EMA는 목록에 포함된 백신과 치료제들의 수요·공급 상황을 면밀히 관찰(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의약품의 공급권자(MAHs)는 EMA에 공급 및 수요에 대한 예측 상황과 잠재적 또는 실질적 부족 사태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또 EU 회원국들 역시 국가별로 이들 의약품의 예상 수요를 주기적으로 보고하게 된다. EMA는 이번에 선정한 의약품들의 시판승인 취득자들이나 각국의 보건당국들과 개별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MSSG는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부족 유무를 모니터링하고 대응하기 위해 중요 의약품 목록을 선정한다. 이번 코로나19 중요 의약품 목록은 의약품 부족 단일접촉창구 특별위원회(SPOC WP), 공중보건 비상사태 태스크포스(ETF), EMA 산하 환자‧소비자 특별위원회(PCWP) 및 의료인 특별위원회(HCPWP) 등과 협의를 거쳐 선정됐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나올 전망이다. 세레스 테라퓨틱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ER-109‘의 사용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세 달 내 서류 제출 등의 모든 절차가 완료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로 세레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약 78% 급등했다.SER-109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 감염증(CDI·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치료제다.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라는 박테리아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으로 결장염이 유발된다.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이 중 25%는 치료 후 30일 내에 재발한다. 세레스는 임상 3상(ECOSPOR III) 결과 SER-109가 환자의 재발율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고 했다. 3상에 따르면 SER-109를 복용한 군은 위약군에 비해 재발율이 30.2% 감소했다. 복용 8주 이내에 재발한 환자는 SER-109 복용군에서 11.1%였던 반면, 위약군에서는 41.3%였다. FDA가 요청한 추가 임상(ECOSPOR IV)에서도 효능을 확인했다. 추가 임상에서는 SER-109를 복용한 CDI 환자 263명의 재발율을 8주, 24주 후 확인했다. 그 결과 8주 이내에 재발한 환자는 8.7%, 24주 내 재발한 환자는 13.7%였다. CDI가 이미 재발한 경험이 있는 환자에서 CDI 재발율을 6.5%였으며, 두 번 이상 재발을 경험한 환자에서는 9.7%였다. 회사는 “CDI의 재발을 경험했던 환자에서도 재발율을 낮추는 효과를 보였다”고 했다. SER-109는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약물이다. 세레스는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FDA의 사용 승인을 받게 되면 SER-109의 상업화와 판매는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가 맡게 된다. 지난해 세레스는 네슬레 헬스 사이언스에게 SER-109의 상업화, 판매에 대한 권리를 넘기는 대가로 1억7500만달러(약 2200억원)의 선급금을 받았다. 판매 승인을 받을 경우 1억2500만달러(약 1570억원)의 성과기술료(마일스톤)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에릭 샤프 세레스 CEO는 “네슬레와의 협력으로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SER-109에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SER-109는 장에 서식하는 퍼르미큐테스(firmicutes)의 포자로 만들어진 경구 약물이다. 퍼르미큐테스의 포자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의 생활 주기(life cycle)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SER-109는 2016년 임상 2상에서 위약군 대비 CDI의 감염 위험을 낮추지 못해 사실상 실패했다. 하지만 세레스는 2017년 복용량을 증가시키는 등 임상계획 변경을 통해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증명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