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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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신임 국무조정실장에 인선하는데 대해 강한 반대 메시지를 내놨다.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는 것을 문제 삼아 "실패한 경제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을 쓸 수 없다"는 취지다.

여당이 정부의 인사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두고 '건강한 견제 구도'라는 해석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 초반인데다 6·1지방선거를 앞두고 잡음을 내는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특히 윤 행장은 신임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명한 장관급 인사로 알려져 국민의힘 반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책임총리 등을 언급하면서 내각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한 총리의 뜻을 꺾고 윤 행장의 임명하지 않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국민의힘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윤 행장 인사에 문제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문 정권 초기에 터진 이른바 '캐비넷 X파일' 사건의 트라우마가 작용한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문 정부는 재임 초기 연이은 장관 후보자 낙마와 한·미 자유무역 재협상 등 악재가 터지면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300여종의 민정수석실 문건이 방치된 캐비넷에서 발견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국민연금 의결권 문건'을 비롯해서 '문화예술계 건전화', '전교조 국정교과서 추진' 등이 문건이 발견됐다.

국민의힘은 검찰과 특별검찰에서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찾지 못했던 문서가 버려진 캐비넷에서 발견됐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었다. 이에 누군가 고의로 문서를 유출했다고 의심했고, 한동안 공직자 A씨가 용의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을 겪은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전임 정부에서 요직에 올랐던 인사가 각 중앙행정기관의 지휘·감독, 정책 조정 등 주요 업무를 담당하는 국무조정실장에 오르는 것에 대해 반대할 수 밖에 없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 정권이 넘어갈 경우 제2의 캐비넷 X파일 사건이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있냐는 불만도 국민의힘 내부에서 제기된다.

윤 행장이 문 정부에서 실패한 경제를 이끌었다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임 정부 인사를 주요 요직에 앉히는 것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6일 인천 계양에서 열린 현장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윤 행장의 인사에 대해) 내가 여쭤본 당 의원들은 100%가 반대한다"며 강경론을 펼쳤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정간 갈등에도 대통령실이나 총리실이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을 두고 책임 총리 힘 싣기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여당의 반대가 강할수록 윤 대통령이 윤 행장의 인사를 강행했을 때 한 총리에 대한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는 과거 당·정이 함께 움직이던 문 정부와 대비효과를 줄 수 있어 지방 선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