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 후 진격 전술…"러, 7배 많은 병력 앞세워 봉쇄시도"
민간인 참사 우려…주지사 "'생명로' 고속도로는 아직 열려있어"
세베로도네츠크 '제2 마리우폴' 위기…"지구서 없애려는듯 폭격"(종합)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전략 요충지인 소도시 세베로도네츠크가 러시아의 무차별 폭격이 심해지면서 파멸 위기에 몰리고 있다.

외부와 고립된 상태로 싸우고 있는 세베로도네츠크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처럼 결국 포위 공격으로 초토화된 뒤 점령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대변인인 세르기 니키포로프는 돈바스 일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병력 규모가 우크라이나군의 7배에 달할 정도로 우세하다고 말했다.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가 일제히 모든 방향에서 진격해오고 있으며, 세베로도네츠크는 24시간 내내 계속 공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우크라이나를 돕던 미국인 의무병도 BBC에 폭격이 쉬지 않고 계속됐다고 말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가 루한스크 지역에 전투기와 장비를 미친 듯한 규모로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군이 무차별 폭격을 단행해서 세베로도네츠크 외곽까지 다가왔으며, 세베로도네츠크가 마리우폴처럼 포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세베로도네츠크에 약 1만5천명이 남아서 마리우폴 이외에 가장 집중적인 폭격을 견디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리우폴 주민들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버텼듯이 이들은 아조트 화학공장 대피소에 갇혀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를 육로로 연결하기 위하 요충지로 러시아 침공 이후 가장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제철소를 거점으로 '결사항전'에 나섰으나, 82일간 러시아군의 맹렬한 포위 공격을 당한 끝에 항복했다.

도시를 포위한 뒤 군인과 민간인,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은 러시아군이 수시로 보여준 점령 전술이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자국군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에 공포를 주입해 점령을 용이하게 하려고 마리우폴에 이어 세베로도네츠크에도 이 전술을 꺼내들었다고 본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지역의 마지막 가스 공급소가 공격을 받은 후 지역 내 가스 공급이 끊기고 물과 전기의 공급도 제한적이라면서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를 지구에서 아예 지워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세베로도네츠크와 도네츠크주의 리시찬스크를 점령하면 돈바스 지역 절반을 장악하게 된다고 텔레그래프지가 분석했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다만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을 연결하는 리시찬스크와 바흐무트 사이 고속도로가 러시아군에 넘어갔다는 보도는 부인했다.

'생명로'로 불리는 이 도로를 뺏기면 루한스크에서 탈출 경로가 없어지고 잔인한 포위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가 이 도로에 계속 폭격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지역에서 격한 전투가 벌어졌으며, 러시아군은 정밀 미사일 비축량이 부족해서 항공기 활용을 늘렸다고 말했다.

세베로도네츠크 '제2 마리우폴' 위기…"지구서 없애려는듯 폭격"(종합)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4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군이 더 소규모의 포위망을 확보하고 세베로도네츠크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우크라이나군도 보급선을 보호하기 위해 남서쪽 도시 포파스나에서 제한적인 철수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러시아가 세베로도네츠크 공격을 위해 작전 기동대 중에서도 상위 부대를 배치한 것으로 보이며, 일부 보고에 따르면 공격 지원을 위해 전투기가 하루에 수백 번 출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이곳에서 무한정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고 더 타임스는 전했다.

다만 러시아군에 큰 손실을 입히면 향후 서방에서 무기 지원을 받았을 때 반격할 여지가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했다.

세베로도네츠크와 함께 가장 민감한 지역은 오데사 항구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봉쇄를 풀고 이 곳을 통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반출할 방안을 찾아 고심 중이다.

러시아는 서방국가들이 제재를 풀면 인도주의적 통로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제재 해제 방안을 거부하고 러시아에 "옳은 일을 하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월리스 장관은 "우크라이나 곡물은 리비아, 예멘 등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곡물을 훔치지 말고, 제재 얘기를 하지 말고 옳은 일을 하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터키와 같은 흑해 연안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을 호위하는 방안은 환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