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의 취업률이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반토막 났다. 2017년 50.6%였던 직업계고 취업률이 지난해 28.6%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올해 서울 소재 72개 직업계고의 72%가 입학 정원에 미달하는 등 신입생 충원율도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 직업계고 부진 탓에 고졸 청년 고용률(63.5%) 역시 OECD 34개국 중 32위로 최하위권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특히 청년 일자리를 강조해온 문 정부에서 벌어진 또 하나의 ‘고용 참사’다. 직업계고 취업률 급락은 5년 전부터 목격됐지만 문 정부는 그때마다 ‘통계 착시’나 ‘일시적 현상’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정부는 ‘학력 인플레’와 불공정한 ‘학벌 사회’를 막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행동은 정반대였다. 주요 공공기관 370곳 중 184곳(49.8%)이 지난 5년 동안 고졸 직원을 한 명도 채용하지 않은 데서도 잘 드러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넘쳐 교육 현장에서 웃지 못할 예산 소진 전쟁이 벌어졌지만 직업계고에 대한 예산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윤석열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새 정부가 주도한 올 2차 추경에서도 ‘고교취업연계 장려금’과 ‘현장실습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대학 졸업장 없이도 대기업·공기업에 취업할 수 있게 하겠다던 정부의 장담을 믿고 직업계고를 선택한 고졸 인재들은 배신감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직업계고의 위기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 데서도 분명하다. 지난해 직업계고 졸업생의 대학 진학률은 45%로 2017년(32%)보다 13%포인트나 높다. 또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직업계고 졸업생마저 10명 중 3명 이상이 1년 이내에 퇴사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생산 현장에서 적응조차 쉽지 않다는 방증일 것이다.

직업계고는 전통적으로 산업현장 인력 공급의 해결사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로봇·항공, 반도체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 급증한 초급 엔지니어 수요에 대응하려면 직업계고 활성화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학생들의 커리큘럼 개편 요구도 높다. 그런데도 정부는 마스터플랜이 없고 일선 학교는 재원과 교사 부족에 엄두를 못 내는 실정이다. 청년고용 생태계 복원은 직업계고 활성화 대책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