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물 중 하나는 경제안보·기술 동맹 강화를 위해 상설 대화 채널을 가동하기로 한 점이다. 양국의 국가안보실(NSC)에는 경제안보 관련 비상사태 등에 즉각적인 공동보조를 취하기 위해 ‘경제안보대화’라는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공급망 관리의 정책적 산파 역할을 할 경제안보 정례 장관급 회의를 신설하기로 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양국의 외교·통상산업 관련 장관 등이 참석하게 될 정례 협의회에서는 반도체,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책 등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우리로선 대중(對中) 원자재 의존도가 절대적인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수입처 다변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인 망간은 중국 수입 의존도가 99%에 이르고, 흑연 수산화리튬 코발트 역시 80%가 넘어 중국이 K배터리의 숨통을 틀어쥐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에 필수인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 또한 53%나 된다. 미국이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공급망 관리를 위해 자국 내 희토류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고, 미국의 외교력을 활용해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처 다변화를 꾀할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은 올 1월 양국 간 화상 정상회담에서 경제안보 장관 협의회를 신설했다. 미국에선 국무장관과 상무장관, 일본에선 외무상과 경제산업상이 참여하는 ‘경제 2+2회의’ 방식으로 열린다. 일본에 이어 한국도 미국과 정례적인 경제안보 장관 회의를 하게 된 만큼 앞으로 한·미·일 3국 간 경제안보 장관 협의회가 상설화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간 동맹 업그레이드가 제대로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한·일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다.

경제동맹 협력 분야를 반도체, 배터리 외에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바이오 기술, 자율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 기술 협력과 함께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수출에도 협력하기로 한 것은 탈원전 정책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내준 원전 주도권을 되찾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 동맹 강화는 반드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배타적 공급망 협의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맞물려 중국과 갈등을 빚을 소지가 적지 않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 및 대북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중국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는 외교적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