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의 밀 수출 금지 조치는 코로나19발(發) 물류대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사료값 상승 등으로 급격히 오른 육류 가격을 또다시 자극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사료용 밀 가격 추가 상승→육류 생산비용 증가→소비자 가격 인상 순으로 연쇄 반응할 것이란 관측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산·외국산 육류 가운데 최근 1년 새 가격이 먼저, 더 많이 상승한 것은 외국산이다. 일부 품목의 경우 최근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랐을 정도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미국산 갈비 100g은 4626원으로 1년 전(2476원)에 비해 86.8% 급등했다. 호주산 갈비 역시 같은 기간 81.0%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수입육 가격의 급등은 국산 돼지고기 가격을 자극했다. 지난달 1일 ㎏당 4847원이던 돼지(탕박) 도매 가격은 이달 13일 7110원으로 46.7% 뛰었다. 같은 기간 삼겹살의 소비자가격은 100g당 2327원에서 2811원으로 40여 일 만에 20.8% 올랐다.

식당에서 먹는 삼겹살 1인분 가격은 ‘2만원 시대’에 접어든 실정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의 경우 삼겹살 1인분(160g)의 가격을 지난해 말 1만6000원으로, 종전보다 1000원 올렸다. 아직도 많은 식당이 1인분으로 삼고 있는 200g으로 환산하면 2만원에 이른다.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 추가 가격 상승 요인도 상당하다. 통상 삼겹살 가격은 여름철에 가장 비싸게 형성된다. 캠핑용 수요 등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어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란 게 축산업계의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사료용 곡물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육류 가격에 반영되면 앞으로 소·닭·돼지고기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장기화된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농가가 파종 시기를 놓치면서 내년에는 사료용 곡물 가격이 더 뛰어 육류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고기 가격 급등으로 인한 밥상물가 부담을 줄이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소비패턴이 정착했다는 점이다. 한국인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연 54.3㎏(2020년 기준)으로 쌀(57.7㎏)에 육박한다. 섭취량만 놓고 봤을 때 ‘주식(主食)’이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실제로 가격이 부담스러운데도 소비를 줄이지 못하는 가정이 많다. 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48)는 “가계에 부담이 돼 육류 구입을 줄이려고 시도해 봤지만 한창 성장기에 있는 초등학교 자녀들이 식사 때마다 고기를 찾는다”며 “고기 가격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쌈채소 가격도 상승세다.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에 따르면 도매시장에서 이달 들어 14일까지 깻잎 평균 가격은 ㎏당 7527원으로 전년 동월(5163원) 대비 45.8% 올랐다. 큰 일교차로 인한 생육 부진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박종관/박동휘/이미경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