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 환율 상승은 거침없고, 주가 하락엔 바닥이 안 보인다. 지난 2월 중순 110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이 어제 14원40전 오르며 1265원20전까지 급등했다. 금융시장에 코로나 충격이 본격화한 이후 2년1개월 만의 최고치다. 하루 10원씩 오르는 통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도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코스피지수는 어제도 1.1% 빠진 2639.06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6월 3303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코스피지수가 1년도 안돼 700포인트(약 21%)나 떨어진 것이다. 동학개미도, 서학개미도 모두 아우성이다.

금융시장 불안의 직접적 요인은 미국 중앙은행(Fed)발(發) 금리 인상이다.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 Fed가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까지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확연해지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국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려는 외국인들의 움직임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내 실물경제 여건도 좋지 않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선방해온 생산도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따른 차질이 가시화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남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 등을 넘기 위해 모든 나라가 나라 곳간을 풀고 제로 금리를 유지해온 정책이 파국을 맞이한 것으로 봐야 한다. 팽창적 재정·통화정책으로 다락같이 오른 자산시장의 거품이 긴축 재정과 금리 정상화로 무너져내리는 것이다. 과거 고금리 고물가 시대를 경험하지 못해 유동성 장세와 저금리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으로 본 젊은 투자자들은 무척이나 당혹스럽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사이클은 늘 금리 움직임과 반대로 움직여왔다. 한국이라고 세계적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를 방어하려면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우리도 함께 올려야 한다.

사실, 한 나라의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힘은 재정도, 통화정책도 아니다. 재정·통화정책은 경기를 조절하는 정도의 역할에 머물 뿐 경제 자체를 성장시킬 수 없다. 성장은 생산성 향상으로만 가능하다.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혁신 △인재 양성 △고용 유연성 확대와 자본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 개발 △기업가정신 창달 △산업 혁신 △규제 혁파 등을 구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묶어 경제 구조개혁 또는 체질 개선이라고 일컫는다.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초기 몇 년의 성공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끝내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도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안팎의 경제 여건이 어려울수록 임시적 성격의 재정·통화정책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감수하는 구조개혁을 통해 기초체력을 키우고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