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내 미디어산업 개편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일부 공개했다. 그런데 그 방향이 묘하다 못해 기이하다. 규제완화 혜택이 기존 사업자에게만 집중되고 능력과 의지를 갖춘 신규 사업자의 자유로운 시장 진출입은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새 정부가 표방하는 공정과 상식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인수위 교육기술과학분과의 박성중 간사(국민의힘 의원)는 어제 브리핑에서 “미디어산업 자율성·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 활성화 및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도록 허가·승인, 소유·겸영 제한 등 미디어산업 규제 전반을 과감하게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현재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은 지상파방송사 지분의 10%, 종편·보도채널 지분의 30%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이 규제를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당장 올해부터 ‘10조원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온 SBS 대주주 TY홀딩스(태영건설)가 혜택을 본다. 그룹 자산 규모를 더 키워도 SBS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위 측은 “미디어 자본을 키워야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애초에 산업자본에 대한 지분 규제에 정당성을 제공한 방송산업의 공공성과 중립성이 얼마나 달성된 것인지 의문이다. SBS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노골적으로 코드를 맞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종합편성채널 개편 방안 역시 방송산업의 균형적 발전보다는 기존 사업자에게 특혜를 몰아주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박 간사는 “현행 3~5년인 종편 승인 간격으로는 자체적인 경쟁력 강화 및 서비스 혁신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고, 종편 승인 조건도 과도하게 많아 방송사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그동안 종편 4사가 요구해온 내용을 거의 수용하는 수준이다. 그동안 종편 재승인에 대한 당국의 기준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현행 ‘대주주의 30% 소유제한’ 같은 조건들을 완화하는 것은 ‘방송 소유의 분산’이라는 가치를 일거에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MBN처럼 종편 허가 단계에서 주주 구성을 속여 법적 제재까지 받은 종편의 대주주들까지 족쇄를 풀어주는 것은 지나치게 특혜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인수위가 이날 밝힌 내용은 원론적 차원이긴 하지만, 규제완화를 핑계로 기존 사업자에게만 선물 보따리를 잔뜩 안기고, TY홀딩스 같은 대기업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시켜준다는 점에서 자유시장과 공정경쟁의 원칙에 배치된다. 새 정부의 미디어정책은 방송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들과 자유롭게 경쟁을 벌임으로써 프로그램과 콘텐츠의 질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다. 지원과 진흥 중심의 정책을 펼친다고 해놓고 특정 사업자들만 이롭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