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경 DB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사진=한경 DB
'10만 전자'라는 증권가 전망이 무색하게 삼상전저가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면서다. 일부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 2시5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300원(0.45%) 오른 6만6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장 초반 6만61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6만6500원까지 떨어지며 기록한 52주 신저가를 1거래일 만에 갈아치웠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로 추락하기도 했다.

1분기 최대 실적에도 거시 환경 불안과 엇갈리는 반도체 업황 전망 등에 따른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세가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318억원, 1조2012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들은 3조168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이달 52주 신저가 경신한 이후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을 제외하고 개인들은 매일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가보다 보유 평균단가가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집계됐다.
목표가 낮춰도 '국민주'…개미들, 이달에만 삼성전자 3조 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일 하나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추는 리포트를 내놨다. 하나금융투자는 기존 10만1000원에서 9만5000원으로 5.94% 하향, 하이투자증권은 9만4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목표가를 5.31% 낮췄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낮아진 기대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표주가 추정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적용하던 주가수익비율(P/E) 밸류에이션을 30배에서 15배로 낮췄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경기 및 수요 개선을 확신케 하는 인플레이션 압력 해소와 미국·중국의 통화 완화 정책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대 초중반∼8만원대 초중반 구간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일반적으로 목표주가 하향 조정은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지만 삼성전자는 목표주가 하향 조정 후에도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인기가 여전한 이유는 저점 매수 구간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향후 삼성전자 주가 전망과 관련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증권사는 여전히 많다. 이달 들어 10곳의 증권사가 삼상전자 목표가로 1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 주가 하락 요인이 대부분 반영됐다는 분석과 함께 10만원대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탄탄한 실적 성장을 근거로 든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당순이익(EPS)은 2019년 3166원에서 지난해 5777원까지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등 외부 요인이 해결되면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목표가 10만5000원을 제시한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 하락은 거시환경의 불확실성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 대한 실망감의 영향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시장 예상보다 빠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반등, 점진적인 파운드리 수율 개선, 부품 내재화를 통한 세트 사업의 원가 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향후 분기 실적 개선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