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이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인 적격대출을 판매한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가 은행 보험사 등을 통해 공급하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고정금리인데도 일반 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보다 적용 금리가 낮다. 최근 주담대 고정금리가 연 6%대에 진입하는 등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적격대출 수요가 늘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4일부터 적격대출을 시작한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일 적격대출 판매에 들어갔다. 현재 적격대출을 취급하는 금융회사는 우리·하나·농협·부산·경남·수협·기업·제주은행, 삼성생명 등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지난해 3분기와 2019년 10월부터 적격대출을 아예 중단했다.

적격대출을 이용하면 10~40년 만기로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은행이 심사를 거쳐 대출해준다. 은행이 분기별로 일정 조건에 맞춰 대출을 실행하면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대출자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은행이 주택금융공사를 대신해 적격대출을 판매하고 0.25%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다른 정책금융 상품과 달리 소득 제한이 없어 실수요자와 자산이 없는 고소득자에게도 인기가 많다.

수요가 몰려 적격대출 한도가 일찍 소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적격대출 금리가 일반 주담대 최저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상단 금리는 지난달 29일 연 6%를 넘어섰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안에 연 7%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적격대출 금리는 연 3.95%다. 지난달보다 0.15%포인트 높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인 데다 고정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1일 적격대출 판매 시작 1시간여 만에 2분기(4~6월) 한도 1000억원 중 30% 이상을 소진했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배당받은 적격대출 물량을 가계대출 관리 차원에서 분기마다 월 단위로 쪼개 판매했다. 하지만 이번엔 계절적인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고 판단해 분기 물량을 한꺼번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