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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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9월 전세 만기를 앞둔 김정식(가명) 씨는 상반기에 내 집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재 금리도 너무 높은데,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서다. 고민이 되는 부분은 고정금리를 선택해야 할지, 그래도 변동금리를 선택할지다. 그는 은행을 직접 방문해 대출 상담을 받아볼 생각이다.

최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축 금리가 6%대를 돌파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고정형(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4.00~6.10%, 변동형은 3.48~5.231%로 집계됐다.

최근 미국이 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높이는 '빅 스텝'을 시사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3회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러한 예상이 반영됐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7년 6개월 만에 연 3%를 넘어섰고, 3년물 금리도 2014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면서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도 당초 예상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전망을 기존의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변경하며, 인상 시점은 5월 8월 11월 정도로 예상한다"고 했다.

보금자리론·적격대출 통한 고정금리로 불확실성 줄여야

이처럼 금리인상기가 본격화한 만큼 주담대를 받을 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되도록 고정금리를 선택해야 변동금리를 택했을 때보다 이자 부담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책금융의 이용을 추천한다. 적격 대출과 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금융 금리도 4%대를 코앞에 뒀지만, 시중은행의 혼합형 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이달부터 금리고정형 적격대출 상품은 금리 3.95%로, 보금자리론 금리는 3.95%(40년)로 각각 공급된다. 무엇보다 대출 기간 금리가 고정된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주택 가격이 6억원 이하로, 최대 3억60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소득 제한(부부 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이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은 다소 제한적이다.

좀 더 많은 대출이 필요하다면 적격대출을 고려해야 한다. 적격대출은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형 주담대 상품이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10~40년 만기 원리금 분할방식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 가격 9억원 이하 등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5억원까지 고정금리로 빌릴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적격대출 한도를 월 단위에서 분기 단위 관리로 확대한다. 매달 제한을 두던 방식에서 2분기(4~6월) 한도를 한 번에 풀기로 한 것이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오는 4일부터 적격대출 판매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적격대출은 부산·경남은행, 제주은행, 수협, 삼성생명을 통해 받을 수 있다.

고정금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1분기에도 한도가 줄줄이 소진된 만큼 보다 발 빠르게 나서는 게 좋다. 대출받고자 하는 은행에서 미리 방문해, 상담 창구를 통해 접수를 해두는 것도 추천한다. 적격대출의 경우 대출 실행하는 해당 월에만 대출 접수가 가능하다. 만일 5월에 대출 실행이 예정이라면, 5월에 신청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적격대출이 몇 일 만에 소진되면서 미리 접수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일 오전 10시까지 적격대출 2분기 판매량의 30%가 소진됐다. 우리은행 측은 "소진된 물량 상당수는 지난 3월에 미리 받아둔 신청을 한 번에 실행한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리 상한형 주담대도 고려할 만…금리 2%포인트 올라도 이자 부담 '제한'

금리인상기에 늘어나는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상품으로 금리 상한형 주담대도 있다. 지난해 7월 출시된 금리 상한형 주담대는 금리가 급격히 오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상승 폭을 제한하는 상품이다.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 이내로 금리 상승에 제한을 둔다. 대신 은행은 기존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 가산금리를 추가로 붙인다.

지난달부터 미국의 공격적인 긴축이 예고됐음에도 아직 금리 상한형 금리를 문의하는 고객들은 적은 편이다. A 시중은행의 금리 상한형 주담대 체결 건수는 누적 기준으로 채 10건도 되지 않는다. 다른 B 은행에서도 3월 들어 한 자릿수 수준의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아직까진 변동금리에 특약(0.15~0.2%)을 더하는 금리 상한형 금리보다 혼합형 금리가 낮다는 점에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받는 고객들 입장에선 금리 상한형 제도가 금리 상승 제한이 있지만, 당장에 선택하기엔 가산금리가 붙는 만큼 금리 수준이 부담된다는 인식들이 많다"며 "5년간 고정금리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인 다음, 그다음에 금리 상한형을 채택하는 방식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다만, 한국은행이 올해 내에 이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내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금리 상한형 주담대도 고려해 볼 만 하다. 1년 후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 원리금 부담을 연간 144만원가량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담대 대출 2억원을 변동금리 2.5%로 이용하고 있다면 차주는 월 원리금 상환액으로 79만원을 내야 한다.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하면 금리가 2%포인트 오르더라도 금리가 3.4%에 그친다. 그러면 월 원리금은 88만4000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금리상한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을 땐 월 원리금은 100만6000원으로 21만원가량 더 늘어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