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신속 정확한 대응으로 환자 등 120여명 안전 대피
병원 이송된 산모·신생아 45명도 무사…안정 취하는 중
"아기부터 구해야 해" 청주 산부인과 화재 다급했던 5분
"유리창 너머로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오는 순간 불이 났다고 확신했죠. 아기와 산모들을 안전지대로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앞뒤 따질 겨를이 없었어요.

"
29일 오전 큰불로 하마터면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한 충북 청주 모 산부인과 간호사 A씨는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연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관 6층에 근무하는 그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직감한 순간 서둘러 신생아실로 뛰어들어가 갓난아기들을 들춰 안아 엄마들에게 인계했다.

당시 6층 병동에는 15명의 신생아와 엄마들이 휴식하고 있었다.

그는 산모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차분하게 재난 상황을 알린 뒤 재빨리 비상계단 쪽으로 안내했다.

정전 등으로 승강기가 멈추어 설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

그러고는 동료 간호사와 함께 병실 안과 화장실 등을 샅샅이 뒤져 남은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야 마지막으로 비상계단으로 내달렸다.

"아기부터 구해야 해" 청주 산부인과 화재 다급했던 5분
30여 명의 환자와 의료진이 무사히 불난 건물을 빠져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이들이 몸을 피한 직후 건물 내부는 시커먼 연기에 휩싸여 아수라장이 됐다.

A씨는 "당시는 신생아실 아기들부터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어찌나 정신없이 뛰었던지 화재경보음도 듣지 못했을 정도"라고 다급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바로 옆 본관 6층에 근무하는 간호사 B씨도 화재를 인지한 순간 동료 의료진과 함께 만삭의 임산부 등 11명의 환자를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B씨 역시 승강기 대신 비상계단을 대피로로 선택했고, 수술 후 얼마 안 돼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다른 환자의 부축을 받아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내려가게 했다.

"아기부터 구해야 해" 청주 산부인과 화재 다급했던 5분
불이 난 산부인과는 본관, 구관, 신관 3개 동으로 이뤄져 있다.

이날 오전 10시 9분께 신관 1층에서 시작된 불은 맞닿은 옆 건물에까지 검은 연기를 내뿜어 위협했지만, 신생아 23명과 산모, 환자, 직원 등 122명은 의료진의 신속 정확한 판단과 일사불란한 대처로 안전하게 현장을 빠져나왔다.

30대 산모는 "불이 났다는 소리에 공포가 엄습했지만, 의료진이 차분하게 대피를 도왔다"고 말했다.

환자 중에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하던 중 다급하게 몸을 피한 만삭의 임산부가 있다.

환자들을 챙기느라 불길이 방화문 앞에 도달하기 직전 가까스로 몸을 피한 간호사도 있다.

이들은 건물 밖으로 무사히 빠져나온 뒤에도 서로의 안부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필사의 탈출이었던 만큼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마시거나 놀란 산모와 신생아 45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아기부터 구해야 해" 청주 산부인과 화재 다급했던 5분
이들은 옮겨간 병원에서 가벼운 처치 등을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산모와 신생아 모두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장비 25대와 인력 60여 명을 투입해 3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그러나 건물 외벽이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콘크리트 벽에 스티로폼 단열재를 붙이는 공법)로 지어져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정확한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