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美주식 주간 거래 … 삼성증권 '혁신 끝판왕'
‘증권업은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업을 촘촘하게 둘러싼 정부 규제 때문에 창의적인 사업을 펼치지 못한다고들 말한다. ‘혁신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서비스를 보기 힘들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이런 고정관념을 부순 증권사가 있다. 삼성증권이다. 세계 최초로 미국 주식을 낮에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으며 300만 서학개미를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 최초로 금융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기관투자가급 투자 서비스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예탁금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를 위한 투자 서비스, 법인 고객을 위한 ‘최고경영자(CEO)·최고재무책임자(CFO) 포럼’ 등 잇따라 내놓은 맞춤형 서비스마다 홈런을 쳤다.

세계 최초 美 주식 낮 거래 서비스 제공

지난달 삼성증권이 세계 최초로 내놓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는 증권업계에 오랜만에 등장한 ‘판을 바꾼 서비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후 10시30분~오전 5시에 거래할 수 있었던 미국 주식을 오전 10시~오후 4시30분에도 거래할 수 있게 해줬다. 프리·애프터 마켓 서비스까지 합하면 서학개미는 하루 24시간 중 20시간30분간 미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서비스 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거래대금이 약 4000억원, 이용자는 약 10만 명에 달한다.

이 서비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으로부터 야간 거래를 지원하는 기능을 승인받은 유일한 대체거래소인 블루오션과 1년간 독점계약을 맺으면서 성사됐다. 글로벌 최대 시장조성자인 제인스트리트가 유동성 공급자로 참여한다.

최근 지정학적 위기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이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한 지난달 24일이 대표적이다. 이날 오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면서 미국 주요 지수 선물이 크게 하락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를 통해 미국 선물시장에서 테슬라, ProShares QQQ 3배 상장지수펀드(ETF), 애플 등을 저가 매수했다. 다음날 새벽 정규장에서 테슬라와 ProShares QQQ 3배는 낮 거래 종가 대비 각각 9.2%, 18.2% 오른 채 마감했다. 매수대금 기준 상위 5개 종목 중 4개의 정규장 종가는 낮 거래 종가보다 높았다. 공포를 과하게 반영하는 선물지수의 특성을 활용해 리스크 관리에 성공한 것이다. 이날 주간거래 서비스의 거래대금은 출시 이후 최대인 542억원을 기록했다.

연금공단 수준으로 성장한 패밀리오피스

삼성증권은 초고액 자산가가 가장 선호하는 증권사 중 하나다. 2010년 증권업계 최초로 예탁자산이 30억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 전담 점포인 SNI(Success & Investment) 지점을 개장했다. 지난해 말 SNI 고객 예탁자산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 예탁자산이 급격하게 늘어나 2018년(약 58조원)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고객 수는 3306명에 달한다.

삼성증권은 2020년 7월 국내 최초로 금융자산 1000억원 이상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기관투자가급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도 내놨다. 서비스를 개시한 지 1년6개월 만인 지난해 말 자산 규모는 20조원을 넘어섰다. 연금공단 운용 규모 수준까지 빠르게 성장한 셈이다. 삼성증권은 패밀리오피스 가입 고객에게 별도의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무, 부동산, IB 등 55명의 본사 전문가로 구성된 ‘패밀리오피스 커미티’가 가입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금융, 세금 관련 고민을 상담해준다.

패밀리오피스 고객은 삼성증권의 자기자본 투자에 공동으로 참여할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 자금을 한꺼번에 모아 대규모로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케이뱅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삼성증권 패밀리오피스가 400억원을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파트너급으로 격상된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삼성증권은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비상장주식 시장 등 기관 중심 시장에서도 강력한 매수 주체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서비스 잇따라 내놔

삼성증권의 법인 고객 자산도 지난해 10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증권은 11개 기업금융 지점과 하이브리드 지점(기업금융+자산관리지점) 5개를 통해 법인 고객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밀착 제공하고 있다.

2016년부터 법인 경영진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CEO·CFO 포럼이 대표적이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지식을 전달하는 세미나 외에 법인의 경영 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맞춤 솔루션 서비스, 커뮤니티 참가자들을 위한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증여와 상속 관련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2019년부터는 업계 최초로 가업승계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가업승계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오너 2~3세를 대상으로 기업 경영 지식과 관리 기법, 경영인 네트워크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넥스트 CEO 포럼’과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국내 최초로 내놓은 수수료 전액 면제 다이렉트 개인형 퇴직연금(IRP) 프로그램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로 출시한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연금S톡’을 활용해 포트폴리오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