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남원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벽면에 다음달 1일부터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원시 제공
전북 남원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 벽면에 다음달 1일부터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 운영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남원시 제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용객이 급감한 지역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이 연이어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15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전북 남원시는 다음달 1일부터 고속버스터미널을 폐쇄하고 시외버스터미널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승객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절반가량 줄고, 수입이 쪼그라들자 운영사가 폐업을 결정했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전 남원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금호익스프레스·삼화고속 등 2개 회사가 서울·인천행 2개 노선에 버스를 하루 21차례 운행했다. 하지만 승객이 줄면서 1개 노선, 9회로 운행이 감축됐다. 시 관계자는 “남원터미널은 코로나19 전 하루평균 200명이 이용했지만 코로나19 창궐 후 100여 명으로 승객이 감소해 간신히 유지됐다”며 “농촌 고령화로 인구가 줄어든 데다 출장이나 여행을 위해 서울·인천을 오가던 지역민이 감염 등을 우려해 승용차 이용으로 선회한 게 부진의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2020년 2월 이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버스터미널은 전국적으로 상당수다. 전북 김제시 원평시외버스터미널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한 적자를 못 이겨 운영사가 폐업한 뒤 지자체가 정류장 시설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전남 영암군의 버스터미널 운영 업체가 문을 닫았다. 2020년 12월엔 충북 영동시외버스공용터미널, 같은 해 6월엔 경북 성주시외버스터미널이 잇따라 폐업했다.

지자체가 폐업 터미널을 떠안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남에서는 버스여객터미널 48곳 중 5곳을 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폐업한 영암시외버스터미널을 영암군이 직영하는 게 대표 사례다. 전북 정읍시는 신태인버스터미널 사업자가 2019년 6월 폐업을 신고하자 다른 사업자를 찾았으나 코로나19 이후 운영하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자 지난해 1월부터 직영하고 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전(2019년 2월 4일~2020년 2월 2일)과 비교해 확산 이후인 2020년 2월 3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시외버스는 1억6733만 명, 고속버스는 4402만 명의 승객이 줄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시외버스는 1조6767억원(-57.6%), 고속버스는 7562억원(-50.1%) 감소했다.

터미널 이용객이 줄면서 매표 수수료 수입 감소와 함께 입점 상가의 수익도 줄어 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금호고속이 운영하던 남원버스터미널의 경우 직원 4명의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했다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가능한 한 거주민이나 교통약자의 발이 묶이지 않도록 지역 버스터미널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정비 사업을 통해 터미널 시설을 개선하고, 공영화 등을 통해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남원=임동률 기자 exi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