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는 관련없는 사진.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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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실 '남녀 혼석'을 금지한 전라북도의 조례는 헌법에 어긋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독서실 운영업체 A사가 전북 전주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교습정지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전북에는 학원 열람실에 대해 "남녀별로 좌석이 구분되도록 배열할 것"을 조례로 규정하고, 첫 위반은 10일 이상의 교습정지, 2차 위반은 등록 말소가 가능한 벌칙 조항도 뒀다.

A사는 2017년 10월 독서실을 열며, 이 조례에 맞춰 남녀 좌석이 구분 배열된 열람실 배치도를 냈다. 그러나 현장점검을 한 교육청은 독서실 좌석에 남녀 이용자가 뒤섞여있다는 점을 적발하고 교습정지 처분을 내렸다.

A사는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에서의 쟁점은 영업정지의 근거가 된 전북 조례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것인지였다.

1심은 조례가 상위 규정인 학원법에도 없는 '남녀 혼석 금지'를 규정한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교습정지 처분을 취소했다.

반면 2심은 교습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독서실 주 이용자의 연령 등을 따져보면 남녀 혼석이 주변의 학습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혼석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을 반드시 높인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남녀 좌석을 구분해 배열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 이성과의 불필요한 접촉 등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대법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남녀 혼석 금지조례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독서실 운영자의 직업수행 자유와 독서실 이용자의 일반적 행동 자유권 내지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남녀가 한 공간에 있으면 그 장소의 용도나 이용 목적과 상관없이 성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불합리한 인식에 기초한 것이므로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원심으로 돌려보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