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업체)들이 서방 기업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에 남아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각종 제재로 해상 물류가 막히고 대금 결제가 차질을 빚고 있어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중국 빅테크들이 서방 기업의 탈러시아 행렬에 합류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 시장에서의 기회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빅테크들이 러시아에 잔류하며 서방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빼앗을 궁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뒤 많은 글로벌 기업은 현지 사업을 일시 중단했다. 경제 제재 여파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이어나가는 것이 어려워졌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 1, 3위인 삼성전자와 애플도 이런 이유에서 러시아 수출을 중단했다.

2위 업체 샤오미의 행보는 대조적이다. 샤오미는 러시아 시장 철수 여부와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WSJ는 “중국 빅테크는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 정부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빅테크가 서방 기업의 빈자리를 꿰차고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철수하면서 14%가량의 점유율이 다른 업체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에서 통신장비 1위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도 입지를 공고히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러시아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걸림돌로 지적된다. 투자자문사 BDA차이나의 덩컨 클라크 회장은 “중국 기업들은 거래 대금 미지급 문제, 물류난 등에 노출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서치 회사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은 서방 국가의 제재를 위반해 얻을 것보다 잃을 것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