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관통당한 몸'
'인류의 가장 값싼 무기' 전시 성폭력의 끔찍한 진실
2016년 '버마군'은 로힝야족 소탕 작전을 시작했다.

여성의 52%가 강간당했다.

임신 8개월째였던 서른다섯 살 사노아라는 아들의 목이 베이는 것을 봤다.

군인들은 사노아라를 강간하고 총을 쐈다.

아이를 낳았지만 곧 죽었다.

1994년 르완다 후투족은 투치족 80만 명을 학살하고, 25만∼50만 건의 강간을 저질렀다.

피해자는 2세부터 75세까지였다.

가해자들은 강간한 뒤 막대와 병 등을 성기에 꽂고 신체를 훼손하고 살해했다.

분쟁 전문기자 크리스티나 램의 책 '관통당한 몸'에는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의 끔찍한 증언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위안부'부터 야디지족 여성에 대한 이슬람국가(IS)의 만행까지 전시 성범죄의 극단적 고통을 기록하고 고발한다.

강간은 무력분쟁과 거의 항상 동반한다.

인류 최초의 역사책으로 불리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여성을 납치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아가멤논은 아킬레우스에게 트로이를 함락하면 많은 여자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강간은 "인류가 아는 가장 값싼 무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강간은 공동체를 공포에 떨게 하거나 경쟁 종족을 말살하기 위해 의도적·전략적으로 자행된다.

무보수로 끌어모은 병사에게 보상하는 방법이자, 상대를 응징하고 굴복시켜 승리를 확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강간은 세계에서 가장 소홀히 다뤄지는 전쟁범죄였다.

유럽 한복판에 강간 캠프들이 다시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국제적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 저자는 국제사회가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못한 탓에 전시 강간이 곳곳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강간은 1998년에 이르러서야 전쟁범죄로 처음 처벌됐다.

저자는 전시 강간에 대한 침묵은 공모와 마찬가지라며 행동을 촉구한다.

"우리는 전시 강간을 주변적 문제로 여기기를 멈추고, 태곳적부터 지속된 전쟁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길 멈춰야 한다.

(중략) 그리고 가해자들이 별일 없었다는 듯 빠져나가지 않도록 더 애써야 한다.

정치적 의지와 대중의 압력이 필요한 일이다.

"
한겨레출판. 강경이 옮김. 494쪽. 2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