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스톡옵션·물적분할 논란의 이면
‘유독 한국 기업만 저지르는 나쁜 짓’이 있어서 ‘한국에만 있는 규제’를 신설한다고 한다. 요즘 자본시장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과 물적분할 얘기다.

스톡옵션 논란은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촉발했다. 상장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임원 8명이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아 878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유망 상품이라며 개인에게 청약을 받아놓고 경영진이 대규모 매도에 나선 것이다. 국내외에서 사례를 찾기 힘든 상식 밖 행동이었다.

물적분할 논란은 그동안 간간이 있었지만 개미들의 분노가 본격화된 것은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월 상장하면서다. 상장은 크게 성공했지만 LG화학 주가는 상장 후 연일 급락했다. 이 역시 주요 선진국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논란이다. 해외 기업들은 유망 사업부를 떼어내 외부 자금을 유치할 때 물적분할 대신 모회사 주주들이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을 선호한다.

또다시 등장한 'K규제'

안 그래도 대선을 앞둔 시기에 개미의 공분을 불러일으켰으니 정부와 정치권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금융당국은 발 빠르게 스톡옵션 규제 마련에 착수했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 물량에 대해 일정 기간 보호예수를 걸기로 했다.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분 때문일까. 이번에도 어김없이 과잉 규제가 들어갔다. 금융당국은 스톡옵션 논란과 무관한 주식 보호예수 규제 방안을 슬쩍 포함시켰다. 스톡옵션 규제에 굳이 정부가 나서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상장 추진 기업과 자문 증권사가 협의해 스톡옵션 행사 물량에도 보호예수 기간을 두도록 계도하면 될 일이다.

물적분할 규제 움직임은 더욱 우려스럽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적분할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여당은 이참에 회사의 분할·합병, 대규모 자산의 양도·양수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겠다고 벼른다.

사실 기업들의 물적분할은 주가 측면에서 득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포스코가 그런 예다. 케미칼, 수소 등 다른 사업부문의 약진에도 철강기업으로만 인식돼 저평가돼왔다. 각 계열사와 사업부의 가치가 지주회사에 고르게 반영되면 주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물적분할한 자회사를 상장시켜 모회사의 주주 가치가 훼손되는 경우다. 이에 대한 소액 주주 보호 장치를 마련하면 될 일을 ‘지배주주의 손발을 묶자’며 달려드는 형국이다.

'왜 이렇게 됐나' 들여다봐야

무엇보다 ‘왜 한국 기업들만 이럴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분 희석 우려가 큰 인적분할을 주로 택하는 것은 그들이 착해서도, 규제 때문도 아니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그만큼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분할 후 외부 투자 유치로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차등의결권 등을 통해 대비가 가능하다. 물적분할 후 상장해 논란을 일으킬 유인이 애초부터 적다.

스톡옵션 논란도 무조건 틀어막기에 앞서 스타트업의 자금 회수가 기업공개(IPO)에 쏠린 국내 자본시장의 기형적 구조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은 스타트업의 70%가량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 기업형벤처캐피털(CVC) 등에 대한 규제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90%가량이 IPO에 의존한다. 혁신 스타트업의 상장이 본격화되면서 경영진의 지분 현금화가 소액주주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있다.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또 자본시장을 글로벌 시장과 동떨어진 ‘한국식’ 규제로 묶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