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68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한경DB
최고 68층 높이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한경DB
서울시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주거지역 아파트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폐지하면서 재건축 단지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고 56층 높이의 용산구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47층 높이의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등을 잇는 초고층 아파트가 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층수 규제 완화는 어느 정도 예고된 데다 용적률 상한 등 다른 규제가 여전해 대선 이후 추가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관망세가 우세하다.

○층수 규제 폐지만으론 부족

4일 현장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35층 룰’ 폐지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한강맨션’ 등 이촌동 일대 재건축 단지는 잠잠한 분위기다. 당초 최고 35층으로 건축 허가를 받은 한강맨션은 시공사인 GS건설이 지난 1월 68층 높이의 설계안을 별도로 마련했다. 조합 측은 층수 상향을 위한 사업시행변경인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지 전용 120㎡는 올해 초 43억원(1월), 42억5000만원(2월) 등에 손바뀜했다. 현재 시장에 하나 나와 있는 동일한 주택형의 호가는 49억원에 달한다.
"대선 이후 보자"…압구정·이촌 재건축 '관망'
이촌동 A공인 대표는 “올해 초부터 층수 규제가 완화된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일부 소유주가 매물을 거둬들였다”며 “하지만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끝나야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집값 조정이 이어지면서 층수 규제 폐지에도 매수 문의가 크게 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박원순 전 시장이 도입한 35층 룰 폐지를 공식화했다. 박 전 시장이 마련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했다. ‘래미안 첼리투스’ ‘트리마제’ 등은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준공됐다.

강남구 압구정 일대 재건축도 비슷한 분위기다. 압구정2구역(신현대9·11·12차)은 지난 1월 공고한 현상설계 공모에서 건축 규모를 지하 3층~지상 49층으로 명시한 바 있다. 2019년 49층 재건축을 추진한 압구정3구역(현대1~7·10·13·14차, 대림빌라트)도 규제 완화에 따라 기존안을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만호 압구정 중앙공인 대표는 “층수 규제 완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소유주나 매수희망자 문의가 제법 많았다”며 “하지만 대선 전까지는 좀 더 두고보자는 분위기여서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B공인 대표는 “층수 규제 완화는 분명 호재지만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핵심 규제가 그대로여서 시장 반응이 덤덤한 것 같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시장 방향 정해질 것”

최근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에도 50층 높이 건물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비계획안 변경을 검토하고 나섰다. 잠실주공5단지는 기존에 단지 내 일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상향된 지역에 한해 50층 건립이 가능했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전날 서울시 발표 직후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3종 주거지역도 50층까지 재건축된다면 동간거리 등에서 쾌적하고 재산가치도 훨씬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수지 분석을 마치고 총회를 통해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층수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아파트 전체를 초고층으로 구성하는 설계는 불가능하다. 용적률 상한 규제는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상한 용적률 내에서 중·저층과 고층을 함께 배치해야 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층수 규제 완화만으로는 가구수가 늘어나지 않아 사업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조망권을 중시하고 고층 랜드마크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감안하면 상품성은 분명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기 정부가 용적률이나 초과이익환수 등을 어느 정도 손보느냐에 따라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연수/이혜인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