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말 종료 예정이던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 만기 연장 및 원금·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또다시 연장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2020년 4월 첫 조치를 한 이후 네 번째 연장이다. 당초 금융당국은 예정대로 종료 후 ‘연착륙’을 유도하는 쪽에 무게를 뒀으나, 정치권의 요구에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금융권에서는 잠재 부실이 장기화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0조원 넘는 ‘잠재 부실’ 또다시 연장

소상공인·中企 '코로나 대출' 네번째 상환유예
금융위원회는 22일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방역조치 완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여야 합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금융회사들이 소상공인 등에 대출 만기를 연장해준 규모(중복 포함)는 158조2374억원, 원금 상환 유예 규모는 9조9179억원, 이자 상환 유예 규모는 1조634억원 등이다.

재연장 결정에는 정치권의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회는 지난 21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의결한 뒤 “금융권의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는 부대의견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등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는 추가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만기 연장, 상환 유예 문제를 다음달 3일 경제중대본 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후 세 차례에 걸쳐 6개월씩 연장한 금융 지원 종료 시점이 또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인한 소상공인 피해를 감안한 결정이지만 대규모 ‘잠재 부실’이 또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

금융권도 다시 불거진 ‘소상공인발(發) 리스크’에 긴장하고 있다. 당초 3월 말 금융 지원 종료에 무게가 실렸던 만큼 금융사들은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고심해 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지난 1월 소상공인 부채 리스크 점검 간담회에 참석해 “금융지원(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은 근원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당국은 “여야 합의에 따라 마련된 부대의견 취지와 방역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고 위원장이 언급해온) ‘질서있는 정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2차 방역지원금도 지원 규모 늘어

코로나19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2차 방역지원금은 23일부터 지급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차 방역지원금으로 10조원, 손실보상 추가 예산으로 2조8000억원을 각각 지급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국 332만 개 사업체에 업체당 3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지원 금액이 1차 방역지원금(100만원)보다 세 배로 늘어났다. 또 작년 12월 1차 방역지원금을 받은 대상(매출 감소 소상공인·소기업 320만 곳)뿐 아니라 매출 감소 증빙이 어려운 간이과세자와 연매출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사업체 12만 곳까지 추가 지원한다. 손실보상 금액을 산정할 때 쓰이는 보정률도 기존 80%에서 90%로 올렸다. 각 소상공인이 받는 손실보상 금액도 이에 비례해 증가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각종 금융 지원을 통해 ‘연명 치료’는 가능하겠지만 그만큼 부실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리스크도 장기화할 것”이라며 “대출 만기 재연장 조치도 영속 가능성이 있는 차주 위주로 부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람/민경진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