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참모가 지휘 돕는 스마트 국방 머지않아"
인공지능(AI)은 데이터를 먹고 자란다.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AI 기술은 정교해지고 솔루션은 고도화된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국방, 방산에서 AI 도입 시도가 더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기밀정보가 담긴 만큼 기업과 연구진이 활용할 데이터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럼에도 스마트 국방 시대에 AI는 ‘필수도구’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윤여선 한화시스템 기반기술연구소장은 20일 “신무기체계 구축 속도는 빨라지고 있는데 군인을 포함한 국방 인력 자원은 갈수록 줄어들어 국방 AI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화시스템은 급박한 전장 상황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해 작전 지휘를 돕는 ‘AI 참모’ 등 차별화된 AI 솔루션을 중점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유일 함정 전투체계(CMS), 전술정보통신체계(TICN) 개발기업이자 다기능 레이더(MFR) 전문기업이다. 군 무기 체계의 두뇌와 감각기관에 해당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스마트 국방에 필수적인 지능화·무인화·초연결·사이버 시스템을 구축한다.

2020년 1월 설립된 기반기술연구소는 한화시스템 내 사업부 간 기반 기술과 선도 기술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윤 소장은 “기반기술연구소는 AI가 다양한 제품에 적용되는 만큼 전사 역량을 공통 연구소에 집중해 기술, 인프라, 인력 등을 효과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며 “필요 기술을 확보해 R&D 스피드와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시스템은 AI와 무인자율·도심항공체계(UAM) 등이 결합한 유·무인 복합체계가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가 국내 최초로 개발 중인 국방 지휘 통제 지능화 서비스 ‘AI 참모’가 대표적이다. 전장의 다양한 정보와 전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전장 지식 베이스를 구축한 뒤 머신러닝딥러닝 등을 적용한 AI 학습모델을 통해 이런 전장 상황 데이터의 다중 분석 결과를 지휘관에게 제공한다.

윤 소장은 “AI 참모는 향후 지휘관에게 적합한 작전과 방책까지 분석·제안하고, 부대 규모, 지휘자 계급, 작전 유형 등에 따른 맞춤 전략을 제공하는 ‘지능형 지휘결심지원체계’로 완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AI 참모 외에 전술 모의 위협 플랫폼·탐지와 추적·교전 등 기능을 갖춘 ‘장보고-III’ 전술훈련장비 AI 시뮬레이터 체계, AI 기술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장애물을 피해 자율 운항하는 ‘무인수상정’, 감시정찰 활동이 가능한 ‘군집 무인수상정’ 등 다양한 국방 AI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국방 분야다 보니 데이터가 늘 부족한 게 현실. 하지만 이 역시 기술로 넘어서고 있다. 가상 데이터 생성 기술이 히든카드다. ‘빅데이터’보다는 ‘굿 데이터’를 확보해 AI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높이는 장치를 자체 고안해낸 것이다. 윤 소장은 “센서, 감시정찰체계, 전투체계의 전장 환경 데이터를 가상으로 생성해 데이터를 증강시키는 등 오히려 대체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웨어(HW) 측면에선 전력 소모가 낮은 AI 반도체 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업으로 국방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에지 AI 박스’와 국방 클라우드 서버 등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여선 소장

△1972년생
△연세대 전기공학과 학사
△미국 미시간대 전기전자공학과 석사
△미국 조지아공대 전기전자공학과 박사
△한화시스템 레이다SW팀장
△한화시스템 기반기술연구소장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