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시즌은 나머지 세 개 분기와 다른 특징이 있다. 증권사 추정치(컨센서스)와 실제 발표 실적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성과급 등 각종 비용을 처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4분기 실적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이번 4분기 실적 시즌은 달랐다. 컨센서스와의 차이는 여전하지만 4분기 실적 발표 후 15~20%씩 주가가 널뛰는 종목이 수두룩했다. KCC는 실적 쇼크로 하루 만에 주가가 21% 빠졌다. 반면 호실적을 달성한 클래시스 등은 10% 넘게 상승했다. 그만큼 증시가 실적에 민감해진 구간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4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관심은 올 1분기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
'실적 초민감 증시' 1분기도 이어진다

HMM·엘앤에프, 진짜 실적주

17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발표된 229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9조7000억원에 그쳤다. 1개월 전 대비 2.2% 하향 조정됐다. 올해 전체 영업이익(236개 기업 합계)도 1.0% 하향됐다.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하향 조정 폭(각각 3.0%, 3.1%)은 더 크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와 물류 비용, 인건비 증가가 이익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적 개선주가 희소해진다는 얘기다. 그만큼 실적주의 가치가 높아지는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증권사 컨센서스보다 높게 나온 기업 중 올 1분기와 2022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한 달 전 대비 상향된 기업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밝혔다. 이 중 1분기와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난 기업을 추렸다. HMM, 엘앤에프, DB하이텍, 에스에프에이, 천보,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이녹스첨단소재, 해성디에스 등이 실적주로 꼽혔다.

이 중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한 달 전 대비 가장 많이 오른 곳은 HMM이다. HMM의 1개월 전 대비 영업이익 추정치 증가율은 20.1%에 달했다.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52%로 예상된다. 작년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올 1분기에도 물류대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다.

엘앤에프의 한 달 전 대비 영업이익 추정치 증가율은 19.3%에 달했다. 반도체 부족 사태에도 테슬라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전지용 양극재를 테슬라에 직접 공급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DB하이텍의 영업이익 추정치 증가율은 11.2%, 전년 대비 1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35.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네패스, 1분기 영업익 9000% 증가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 대비 급증한 기업도 눈에 띈다. 5세대(5G) 통신장비주 RFHIC는 2년간 부진을 극복할 기업으로 꼽힌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1분기 1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이 1년 새 35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소재기업 솔루스첨단소재, 스마트폰 부품사 KH바텍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전년보다 각각 1122.1%, 484.5%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낸 대한항공도 1분기 이익 급증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대한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01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016억원)보다 393.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실적 쇼크’에 주가가 급락했던 엔씨소프트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289.7% 증가한 220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OCI(277.4%), 엠씨넥스(268.1%), 한국항공우주(246.9%) 등도 200% 이상 이익이 증가할 기업으로 꼽혔다.

심성미/박재원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