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얼씬 마'…시드니 해변식당 불청객 쫓는 견공 순찰대
세계적인 명소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붙어 있는 식당 '오페라 바', '오페라 키친'에게는 오랜 골칫거리가 있다.

해변 야외 테이블 위 음식을 낚아채고 유유히 날아가는 갈매기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빈번히 찾아오고 있는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호주 요식업계 전체가 침체에 빠진 시기에 손님의 발걸음을 다시 붙잡기 위해서라도 이들 식당은 이런 불청객을 쫓기 위한 묘안이 필요했다.

두 식당은 궁리 끝에 전담 순찰견을 활용하는 방안을 떠올렸고, '도둑 갈매기' 문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특수 훈련을 받은 개들이 조련사와 함께 야외 테이블이 설치된 수변 시설 주변을 순찰하다가 갈매기가 나타나면 쫓아내는 방식이다.

'갈매기 얼씬 마'…시드니 해변식당 불청객 쫓는 견공 순찰대
이 개들은 비둘기는 그대로 두고 오직 갈매기만 표적으로 삼아 쫓아내는 전문적 훈련을 받는다.

견공 12∼13마리가 매일 수변 지역을 번갈아 가며 순찰을 돌고, 주말처럼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아예 2교대로 일한다.

지난 몇년 간 이들 식당과 오페라하우스 측은 갈매기를 쫓아내기 위해 각종 방법을 고안해봤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페라하우스 관계자는 2019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에 "(새를 쫓는 용도의) 로봇 매까지 도입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갈매기들은 로봇 매를 무서워하기보다는 좋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골머리를 앓던 오페라하우스 측과 인근 식당들은 2018년 처음으로 이 순찰견 체제를 시범 도입했고, 성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작년 12월 순찰견들을 공급하는 업체와 계약을 2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갈매기 얼씬 마'…시드니 해변식당 불청객 쫓는 견공 순찰대
오페라 키친 총지배인인 새미 맥퍼슨은 "(순찰견 도입은)'게임 체인저'였다"고 평가하면서, "이제 새를 쫓으면서 음식을 새로 내오고, 깨진 유리나 접시를 교체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흡족해 했다.

그는 순찰견들이 시범 도입된 2018년 이후 갈매기의 공격이 80∼85%까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조련사인 카를라 슈버트는 보더콜리나 호주 켈피 등 갈매기를 쫓는 성향을 타고난 종이 갈매기를 쫓는 데 이용된다면서 "순찰에 나서면 처음 한 시간 정도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다가도, 5분 간 쉬다가 오면 반응이 달라진다"며 "그새 새가 들이닥쳤던 탓에 (우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되고는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식당을 이용하는 주민 반응도 좋다.

한 시드니 주민은 "(새가 들이닥칠까봐) 계속 음식에 신경쓸 필요가 없고, 새를 쫓느라 발을 쾅쾅 구르지 않아도 된다"면서 "이제 오페라 바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갈매기 얼씬 마'…시드니 해변식당 불청객 쫓는 견공 순찰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