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장에 이원덕…"조직 안정 이끌 적임자"
차기 우리은행장에 이원덕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이 내정됐다. 우리금융 내부에서 전략·기획 전문가로 활약하던 후보를 새 행장으로 발탁한 것은 민영화 달성 이후 조직 안정을 꾀하고,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더불어 그룹의 새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은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이 내정자와 함께 은행장을 놓고 경합했던 박화재·전상욱 우리은행 부행장을 각각 지주회사 사장에 선임할 예정이다.

“조직 안팎에서 평판이 뛰어난 인물”

7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산하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이 부사장을 차기 은행장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이 내정자는 다음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1962년생인 이 내정자는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경제학과, 경제학과 석사를 졸업한 뒤 1990년 한일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에선 전략기획팀, 자금부 등을 거쳐 2017년 미래전략단장을 맡았고, 2019년에는 경영기획그룹 집행부행장으로서 지주사 재출범 이후 조직 안정화를 꾀했다. 2020년 3월에는 지주 사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 내정자는 손 회장과 오래 발을 맞춰왔고, 금융당국 및 내외부 관계도 원만해 조직 안팎에서 평판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말했다.

자추위가 이 내정자를 낙점한 건 우리금융이 당분간 조직 안정에 힘써야 한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자추위는 “이 내정자는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을 지냈고, 전략·재무·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담당해 경영 전반에 폭넓은 이해를 갖춘 인물”이라며 “완전 민영화 이후 분위기 쇄신 등 은행 조직의 활력과 경영 안정성 제고를 위한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옛 위용 회복 ‘특명’

이 내정자에겐 우리은행의 ‘옛 위용’을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졌다. 우리은행은 옛 5대 은행 중 상업·한일은행이 합병해 탄생한 ‘1위 은행’ 명성에 맞지 않게 최근 ‘4등’의 길을 걷고 있다. 손 회장이 활발한 M&A를 예고한 가운데, 이 내정자는 그룹 주력사 수장으로서 나머지 자회사들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한일은행 출신인 손 회장에 이어 이 내정자가 행장에 오른다면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각각 회장과 은행장을 나눠 맡던 우리금융의 내부 관행도 사실상 사라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은 이날 “자회사 간 소통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해 지주사에 사장직제를 도입하고 박화재·전상욱 우리은행 부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에선 이 내정자와 막판까지 차기 행장 자리를 놓고 경합한 박화재·전상욱 부행장이 ‘그룹 차기 리더십’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한다.

자회사 대표자 인사 단행

우리금융 자추위는 이날 우리신용정보 대표 후보로는 이중호 우리은행 집행부행장을,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 후보에는 고정현 우리은행 집행부행장보를 신규 추천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에프아이에스를 ‘디지털전문 자회사’로 육성하기 위해 우리은행에서 상품개발부장, 스마트금융부장 등을 지낸 고 부행장보를 발탁했다.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대표, 이창재 우리자산신탁 대표, 고영배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김경우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대표,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는 연임됐다.

우리금융은 조직 쇄신을 위해 젊은 디지털임원 후보를 영입하고, 추후 여성 사외이사로 법률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학연, 지연, 출신은행, 외부청탁 등을 과감히 배제하고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