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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 칼럼] 현대차의 '혼다 추월'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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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시훈 산업부 차장
    [데스크 칼럼] 현대차의 '혼다 추월'이 주는 교훈
    148만9000대 vs 146만6000대.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일본의 혼다보다 약 2만3000대를 더 팔아 5위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현대차보다 27년 앞선 1959년 미국에 진출한 혼다를 처음으로 따라잡았다.

    현대차의 미국 진출사(史)에서 ‘혼다 추월’이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현대차가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엑셀을 미국으로 처음 실어 보낸 건 1986년이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작은 차’에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았다. 생소한 기업이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 없던 때였다.

    美서 6위→5위, 10년 걸려

    현대차 사람들을 더 당황하게 만든 건 “혼다의 아류가 아니냐”는 소비자와 딜러의 반응이었다. ‘Hyundai’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Honda’와 헷갈려 했다. “현다이, 헌다이, 혼다?”라고 되묻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H’를 활용한 두 회사의 엠블럼까지 비슷했다. 현대차는 한동안 ‘짝퉁 혼다’라는 소비자의 냉소와 경쟁사의 마타도어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현대차는 진출 첫해 약 16만8000대를 팔았다. ‘가격 경쟁력’ 덕분이었다.

    현대차는 이후 품질 혁신과 차종 다변화를 통해 미국 진출 15년째인 2001년 50만 대, 25년 만인 2011년 100만 대 판매를 달성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순위는 6위까지 상승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각축하는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아닌 기업이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혼다를 밀어내고 ‘톱5’가 되는 데는 10년이 더 걸렸다. 4위 스텔란티스(178만5000대), 3위 포드(189만 대) 추격엔 또 얼마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가격 결정력’ 측면에서 현대차와 혼다의 판매량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대목이 있다. 두 회사의 럭셔리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아큐라’다. 미국 시장에서 제네시스는 지난해 2020년(1만6300대)보다 약 202% 급증한 4만9600대가 판매됐다. GV80와 G80가 크게 선전했다. 미국 출시 35년째인 아큐라(15만7400대, 전년 대비 15% 증가)와는 아직 격차가 크다. 그러나 판매 증가세를 감안하면 제네시스의 아큐라 추월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생존의 조건 '가격 결정력'

    가격 결정력은 판매가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이를 정할 수 있는 힘이다.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서 가격을 수단으로 경쟁사보다 이익을 더 얻는 능력인 가격 경쟁력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제네시스의 약진은 현대차가 더 이상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지 않고 가격 결정력으로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승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에서 제네시스의 신차 평균 판매가(작년 11월 기준)는 5만9189달러로 아큐라(5만433달러), 도요타의 렉서스(5만4183달러), 닛산의 인피니티(5만8357달러)보다 높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의미다.

    임인년 새해 기업들의 최대 고민은 ‘공급망 관리’다. 원자재와 부품 확보가 급선무다. 그다음엔 원가 인상분을 판매 가격에 얼마나 반영할지 결정해야 한다. 대체하기 어려운 품질과 가치, 그리고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테슬라 넷플릭스 스타벅스 쿠팡 등이 최근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올렸지만 소비자 저항이 크지 않은 이유는 뭘까.

    가격 결정력은 단기간에 얻을 수 없다. 품질 디자인 서비스 등에서 지난한 혁신이 필요하다. 엑셀을 팔던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미국 시장에서 이 정도의 가격 결정력을 갖추기까지 강산이 세 번 변했다. 무려 36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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