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산업의 쌀' 둘러싼 소리없는 전쟁
반도체는 휴대폰과 자동차, 컴퓨터 등에 반드시 들어가는 ‘산업의 쌀’이다. 한국을 먹여 살리는 가장 중요한 산업이 바로 반도체 제조다. 그런데 우리는 반도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며 치열한 패권 다툼에 나섰다는 뉴스가 쏟아지지만, 이를 이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도체 대전 2030》은 반도체 업황과 국내외 관련 정책,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국제관계 등 지금의 반도체산업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망라한 책이다. 한국경제신문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제·산업 분야를 취재하다가 미국 실리콘밸리 특파원으로 근무 중인 황정수 기자가 썼다.

내용은 기업과 그 배후에 있는 국가 간 펼쳐지는 반도체 패권 전쟁의 전황(戰況)을 구석구석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반도체산업을 풀어서 설명하는 건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최첨단 기술의 요체인 데다 중요도 때문에 거의 전 분야와 관련돼 있어 각국의 관련 정책만 설명하더라도 책 몇 권이 모자랄 정도다. 하지만 저자는 일본 반도체가 몰락한 이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미래, 중국 굴기를 향한 미국의 규제 공세 등 방대한 내용을 종횡으로 엮어 나간다.

중간중간 수록된 2019년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에 대한 평가, 미국 실리콘밸리 반도체 기업들의 분위기 등 현장에서 직접 취재한 내용이 이해를 돕는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와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 등 전문가들을 인터뷰해 대만의 반도체산업이 강한 이유를 정리한 대목도 흥미롭다.

최대한 쉽게 풀어 썼지만 주제가 워낙 어려워 책장이 술술 넘어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권으로 반도체산업의 현재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만한 책이 없다. 후세에 교훈을 남기는 일종의 백서이자 역사서로도 가치가 있다. 전략물자를 놓고 국가 간 분쟁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초동 대처부터 한 달 뒤, 1년 뒤, 10년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서가 되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추천사를 통해 “미래의 전략물자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평가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