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직원이 병원에 산소통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직원이 병원에 산소통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비롯해 호흡기 질환자, 인공호흡기를 찬 위중증 환자 등에게 필수인 의료용 산소가 낮은 보험수가로 공급업체들이 줄폐업하면서 공급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지속될 경우 응급 환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보험수가 현실화 등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용 산소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는 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년째 오르지 않은 보험수가를 현실에 맞게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2001년 책정된 의료용 산소 보험수가는 물가상승률, 인건비 인상 등을 반영하지 않고 지난 20년간 동결됐다. 의료용 산소는 현재 유통가격을 정부가 책정한 보험수가 이내로 거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용 산소를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반면 국내에선 지정돼 있지 않은 상태다. 보험수가가 비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를 취급하는 대기업은 없고 100% 중소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이는 기체산소(소형용기)의 경우 일본은 10L당 247원60전으로 한국(10원)의 25배 수준이다. 일본산업의료가스협회(JIMGA)는 2년 주기로 일본 후생성과 공급단가 협의를 통해 가격을 점진적으로 인상해왔다. 장세훈 한국의료용고압가스협회장은 “수술·응급환자에 주로 쓰는 대형 산소의 경우 한 통(55~60㎏)에 6000원으로 실제 원가(3만원)의 5분의 1 수준”이라며 “그동안 적자를 감수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국 생활치료센터에서 수요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호소했다.

그는 “품질 관리 비용과 빈 통 회수 등 유통비용을 감안하면 대형 산소 한 통 가격이 최소 3만3000원 정도는 돼야 감당할 수 있다”며 “업체 열 곳 중 세 곳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했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전국 144곳에 달하던 의료용 산소 제조업체 중 49곳이 적자가 누적돼 폐업하면서 95곳만 남았다. 그는 “의료용 산소는 응급 상황에 적시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병원 인근에 업체가 있어야 하는데, 폐업이 많아지다 보니 지방 생활치료센터의 경우 적시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곳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보험수가를 10% 인하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료용 산소제조업계에 공문을 보내면서 업계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장 회장은 “의료용 산소에 대한 복지부의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미국 러시아 인도처럼 의료용 산소 공급 부족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사망하는 사태가 한국에서도 벌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