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에서 열린 ‘제19회 2020 지속가능 개발목표를 위한 국제 젠더 서밋’에서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여성 학자들의 논문 투고율이 현격히 떨어진 것이다. 남성 학자들의 논문 투고율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별반 달라지지 않은 데 비해 여성 학자들의 논문 투고율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일까? 도대체 코로나19라는 감염병과 여성학자들의 연구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육아, 집안일 등의 돌봄 노동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썼고, 이는 여성학자들의 연구 논문 투고율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자녀가 있는 여성 학자의 경우 자녀가 없는 여성이나 남성에 비해 연구에 전념하는 시간이 더욱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과연 작년과 올해의 특수한 상황으로 종료될 것인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연구를 지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공계의 경우 실험을 하지 못하고, 인문·사회적 연구는 연속성을 잃었다는 뜻이다. 이는 연구자로서 각종 평가와 승진상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학자들이 그동안 어렵게 이뤄낸 성과들을 하루아침에 원점으로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한국 대학에서는 몇몇 전공 분야를 제외하고 여성 교수나 연구자의 비율이 50%에 못 미치고, 전체 연구자 중 여성 비율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다시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사라지는 여성학자들의 문제는 학문 연구 및 교육의 다양성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가 여성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비단 여성 학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로 전 세계에서 1억4000만 개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고, 여성의 고용상황은 남성보다 19%포인트나 더 위험하다고 밝혔다. 한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1년 동안 일하는 여성 5명 중 1명은 퇴직을 경험했고, 이들 중 3분의 2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은 방역 비용이나 영업 손실 등 경제적 영향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은 물론 학술 연구까지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한국처럼 여성의 고용과 경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볼 때, 코로나19로 인한 단기적인 문제가 장기적인 피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이 문제는 각자 개인이 또는 가정별로 노력해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사회 전체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정부, 기업과 모든 구성원이 나서서 문제점을 살피고 이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