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청에 전망치 보고하고도 '10조원대'로 얼버무리다 들통
2차 추경때 이미 31.6조 오차, 예측실패 인정…16일부로 19조원 추가
오전에 10조대 초과세수 오후엔 19조…바닥친 기재부 신뢰성
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곳간지기' 기획재정부가 초과세수 예측 문제로 다시 한번 국민의 용서를 구하는 신세가 됐다.

세정당국으로서 세수 예측이 크게 엇나간 것도 문제지만 올해 초과세수 전망치가 19조원이라는 사실을 여당과 청와대에 보고하고도 언론에 '10조원대'라고 얼버무린 사실이 들통나 기본적인 신뢰성까지 의심받는 처지가 됐다.

◇ 예정 없던 자료 내고 19조 초과세수 인정
기획재정부는 16일 오후에 예정에 없던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당시보다 약 19조원 규모의 초과 세수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망치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에, 지난 15일에 여당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기재부가 당초 초과세수 규모에 대해 '10조원대'라는 막연한 수치만 내놨었기에 이날 갑작스레 제시된 전망치 19조원이라는 수치에 파문이 일었다.

예산 편성 당시 예측한 세수와 실제 세수간 격차를 의미하는 초과세수 규모는 올해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기재부는 올해 7월 2차 추경을 편성하며 올해 국세 수입을 본예산(282조7천억원) 대비 31조6천억원 늘어난 314조3천억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는 지난해 9월께 예측한 올해 세입 전망과 올해 7월에 바라본 올해 세입 전망 간에 31조6천억원의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오차율로 보면 11%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러 차례 국회에서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입 경정 이후에도 경기 회복과 자산시장 호조에 따른 세수 호황이 이어지며 올해 세수는 2차 추경 당시 예상치보다도 더 늘어나게 됐다.

◇ 오전만 해도 '10조원대' 발뺌…여당 때문에 들통
초과세수 규모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초과 세수가 당초 예상한 31조5천억원보다는 조금 더 들어올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달 8일과 10일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는 "(2차 추경 대비 초과세수가) 10조원을 조금 넘을 것 같다", "10조원대 초과세수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초 단계엔 한 자릿수 초과세수를, 두번째 단계에선 10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을, 마지막 단계에선 10조원대 후반대까지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런 미묘한 말 바꾸기가 들통난 것은 16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국회 원내대책 회의 및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7월 추경 당시 31조5천억원의 추가 세수를 국민에게 돌려드렸는데 그 이후로도 19조원의 추가 세수가 더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언한 것이다.

윤 원내대표의 방송 출연 직후인 이날 오전 재정동향 브리핑할 때만 해도 기재부는 초과세수 규모를 '10조원대'라고 했다.

'여당에서 초과 세수 19조원을 언급하는데 정확한 규모가 어떻게 되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저희(기재부)는 10조원대로 전망한다"고 답변했다.

기재부의 말대로라면 대통령과 여당에 이미 19조원이라는 초과세수 전망치를 보고하고, 여당 원내대표가 방송에 19조원이라고 밝힌 이후에도 버티다 오후에 보도참고자료 한 장으로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정부 예상치가 반영된 올해 총 국세 수입은 333조3천억원으로, 2차 추경 예산과 비교하더라도 또다시 6%의 오차가 발생한다.

◇ 포스트 코로나 경제 예측 실패 탓…모델 바꿔야
다만 기재부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세수 예측을 제대로 못 한 것이지 제대로 안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초과 세수가 50조원이 넘는데 이것을 세입 예산으로 잡지 못하는 것은 재정당국의 직무유기를 넘어선 심각한 책무 유기"라고 말했다.

그는 '세수 초과분에 차이가 큰 데 의도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라디오 진행자 질문에 "의도가 있었다면 국정조사라도 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세수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못한 것은 다시 한번 송구하다"면서도 "일각에서 지적하는 의도적인 세수 과소 추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기재부는 경상성장률 등 각종 경제지표 전망치를 반영해 세목별로 국세수입 전망을 추계하고 있다.

경상성장률과 민간소비 증가율, 소비자물가 상승률, 설비투자 증가율, 수출입 증가율 등 자체 예측도 있지만, 자본시장연구원의 증권거래대금과 회사채 금리, 국토연구원의 주택거래량, 노동연구원의 상용근로자 수와 명목임금 상승률,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에너지소비량 등도 고려한다.

코로나19 사태의 한가운데였던 지난해 가을에 경제 지표가 이처럼 V자 반등을 할지도,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이처럼 끓어오를지도 예상하기 어려웠기에 세수 예측치도 이처럼 크게 엇나가는 것이다.

학계에선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수 예측 오차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세수 추계 모형을 개선하고 외부 전문가의 점검도 거치는 등 프로세스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