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서울의 달 - 최서림(1956~)
집 떠나면 나그네인가
고향 달은 은쟁반에
가득 담긴 송편 같은데,
빌딩 사이 창백한 서울의 달은
수은등만큼이나 외롭고 쓸쓸하다
서울 집은 돈이지 집이 아니다
엄마가 있는 시골집에선
이웃 동네 마실 가듯
사뿐사뿐 걸어서
달까지 갔다 올 수 있는데……

시집 《가벼워진다는 것》(현대시학) 中

오래전입니다. 밤거리를 걷다가 올려다본 서울의 달이 꼭 그랬습니다. 수은등만큼이나 외롭고 쓸쓸했지요. 어쩌면 그렇게 보인 게 고향을 떠나온 사람의 외로움 탓이기도 했겠지요. 어릴 적 시골집에서 보던 달과는 다른 감정, 다른 느낌의 달. 시골집 마당에서 올려다본 달은 새로운 상상 속으로 마음을 데려가기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아이 적에는 사뿐히 걸어서 달까지 갔다 올 수도 있었더랬습니다.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