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의혹' 블랙홀…반등 기회 못찾는 劉·崔·元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야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서 유승민·최재형·원희룡 후보 등 후발주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장기화할수록 윤 전 총장을 바짝 뒤쫓고 있는 홍준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에겐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측은 13일 “고발 사주 의혹의 실상은 박지원 게이트”라며 박지원 국정원장과 제보자 조성은 씨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씨가 한 방송 인터뷰에서 “고발 사주 의혹의 언론 보도일은 우리 (박지원) 원장님과 상의한 날짜가 아니었다”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씨는 “단순 말 실수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개입설로 억지 연결하고 있다”고 했지만, 윤 전 총장 측은 “무의식적으로 진실이 드러난 발언”이라며 공세를 펼쳤다. 고발 사주 의혹이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냐 혹은 박지원 원장의 선거공작이냐’의 프레임 전쟁으로 번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문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책·비전 검증을 벼르던 나머지 후보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정치 공방에 묻혀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 과정이 대폭 생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 수위가 높아질 조짐을 보이는 것 역시 후발 주자들로선 유쾌하지 않다. 과거 여당이 윤 전 총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일 때마다 오히려 보수 지지층의 결집이 일어나며 지지율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특히 3위를 달리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책 분야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후보인 데다 특별한 입장을 내기도 곤란한 상황이어서다. 유승민 캠프 관계자는 “캠프의 전 대변인인 김웅 의원도 관련된 사건이어서 유 전 의원이 깊숙이 개입하기도 힘든 처지”라고 말했다.

최 전 감사원장 역시 고발 사주 의혹으로 타격을 받은 후보라는 분석이다. 의혹이 불거지며 최 전 원장에 대한 주목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인 12일 직접 윤 전 총장을 만나 공동 대응을 약속한 것도 이슈에서 소외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컷오프 기준인 ‘빅4’를 목표로 해야 하는 원 전 제주지사 측 역시 난감해하고 있다. 지지율 반등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2차 컷오프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경선이 정치 공방으로 흘러가고 있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