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준서 노루페인트 연구소장 "콩·옥수수로 만든 노루페인트, ESG시대 필수품"
바이오도료는 석유가 아니라 생물 자원(바이오매스)을 이용해 제조한 페인트다. 옥수수 아마씨 콩 코코넛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을 주로 활용한다. 노루페인트는 최근 바이오도료 2종을 개발해 미국 농무부 바이오 소재 기반 인증(USDA)을 받았다. 국내 페인트 제품 가운데 최초다.

제품 개발을 책임진 송준서 노루페인트 연구소장(사진)은 “바이오도료는 기존 페인트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며 “환경을 생각하는 제조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위한 필수 페인트”라고 말했다.

노루페인트가 USDA 인증을 받은 제품은 건축용 페인트 팬톤우드&메탈과 바닥재용 페인트 에코바이오우레탄라이닝 등 2종이다. 팬톤우드&메탈은 아마씨유 추출 물질을 43% 사용해 제조했다. 에코바이오우레탄라이닝은 옥수수유 추출 물질을 48% 사용했다.

제품 개발을 위해 노루페인트 연구소는 2년 넘게 35종 이상의 식물성 원료를 배합하며 실험했다. 송 소장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페인트로서 제품화가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을 확보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건축용 페인트는 최소 10년 이상 건물 외벽과 바닥재를 보호하며 노화를 견뎌야 한다”며 “친환경 제품은 빨리 분해된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랜 연구 기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바이오도료는 기존 석유 기반 페인트보다 비싸다. 제조원가를 고려했을 때 기존 건축용 페인트 한 통(18L) 가격이 10만원 정도라면 바이오도료는 15만~17만원 이상 돼야 한다. 송 소장은 “시장 논리로 선택을 받기엔 가격 장벽이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선택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노루페인트가 바이오도료를 개발한 배경엔 경영진의 의지가 있다. 송 소장은 “ESG가 주목받기 전부터 친환경 페인트를 개발해 차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플라스틱, 생분해 비닐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페인트 개발만 늦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노루페인트는 다양한 제조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바이오도료 활용 제품군을 휴대폰, 자동차, 가구 등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송 소장은 “식물성 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10년 안에 건축용 페인트부터 일반산업용 페인트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할 것”이라고 했다.

안양=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