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공기획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공공기획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도시재생지역.  한경DB
서울시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공공기획 정비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공공기획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도시재생지역. 한경DB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기획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공기획은 서울시가 직접 개입해 구역지정 등의 인허가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사업 방식이다. 창신동, 가리봉 등 기존 도시재생지역도 다음달 공공기획 공모에 참여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지만 구역지정 이후 각종 규제가 여전해 사업이 얼마나 속도를 낼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재생지역, 공공기획에 관심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창신동, 가리봉5구역, 장위11구역, 숭인동, 서계동, 구로1구역 등 도시재생지역 12곳 중 상당수가 서울시가 추진하는 공공기획 재개발 참여를 위해 주민 동의를 구하는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다음달 말께 신규 공공기획 재개발 사업장 공모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지는 주민 동의율 30%만 넘기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공공기획 정비사업은 서울시가 재개발 및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 개입해 인허가 과정에 걸리는 기간을 대폭 줄여주는 제도다. 단 공공성을 반영한 정비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획은 앞서 작년에도 도시건축혁신 시범 사업 중 하나로 진행했다. 공공기획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 서울시는 제도 일부를 보완했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5월 ‘6대 재개발 규제 완화책’ 중 하나로 공공기획의 전면 도입을 발표했다. 향후 재개발 사업장에 공공기획을 대거 적용한다는 게 서울시 방침이다.

서울시는 재개발뿐 아니라 재건축 사업장과 도시재생지역도 공공기획을 통한 정비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특히 도시재생지역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창신동 등은 당초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도시재생지역이라는 이유로 퇴짜 맞았다. 낙후도가 심해 정비사업이 시급하지만 장기간 방치돼 왔다.

창신동 일대는 2007년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로 지정됐다가 사업이 지연돼 2013년 뉴타운에서 해제됐다. 1970년대 구로공단 배후지였던 가리봉동도 2003년 뉴타운지구로 지정됐다가 2014년 해제된 상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도시재생지역들은 정비가 가장 절실한데도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에서 외면받아 왔기 때문에 공공기획이 환영받고 있다”고 했다.
창신·가리봉 '도시재생'에서 '공공기획' 선회

재건축 사업으로 확대

서울시는 공공기획 재개발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통상 재개발사업이 정비구역을 지정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년 남짓이다. 하지만 공공기획 재개발을 적용하면 2년으로 단축된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다만 정부의 공공재개발과 서울시의 공공기획을 같이 진행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공공재개발에서 공공기획으로 갈아타는 사업장이 나올 수 있다.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곳이 서울시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공기획 수립과 운영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6억원을 배정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공기획을 거쳐 구역별로 맞춤형 규제를 완화하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진다”며 “수년간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한 구역들이 새로운 활로를 찾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단지 중에선 송파구 ‘오금 현대’가 첫 번째로 ‘오세훈표 공공기획’을 도입해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송파구는 최근 서울시 공공기획을 반영한 ‘오금현대’ 재건축 정비계획의 추가 주민공람을 공고했다. 지상 14층, 21개 동, 1316가구 규모인 이 단지(1984년 준공)는 2625가구로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작년 3월 재건축정비구역 지정 및 계획이 보류돼 사업이 멈춰 섰다. 서울시가 단지 배치, 임대 비율 등 정비계획에 참여해 빠른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공기획으로 구역지정까지 행정 절차는 간소해질 수 있지만 결국 주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기부채납, 임대주택 건립 등 공공성이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