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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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기본소득 정책 지적에 "단면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 세상에는 오리너구리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최 전 원장은 "도대체 언제까지 동문서답을 무한 반복할 것이냐"며 재차 직격탄을 날렸다.

최 전 원장은 2일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리너구리가 웬 말이냐. 도대체 언제까지 동문서답을 무한 반복하실 거냐"고 운을 뗐다.

그는 "저는 이 지사께 ▲외식수당이라 해도 괜찮을 월 8만 원 정도를 지원하는 것이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복지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현금 살포 아닌가 ▲기본소득 재원으로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은 국민 재산을 빼앗겠다는 것 아닌가 ▲기본소득이라는 복지 정책을 성장 정책인 것처럼 포장한 것 아닌가 등을 물었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은 50조 원이 필요하다. 종국에는 총 300조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며 "이 돈의 주인은 국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치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한 정책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런데 이 지사는 저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정책 논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공세라고 호도하거나, 정치 공세를 퍼붓거나, 동문서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는 이 지사가 의도적으로 말을 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나눠줘서 지역 경제를 살리고, 그것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것은 제게 문재인 정부가 주장한 소득주도성장의 아류로 보인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이 지사님은 왜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고 오리니 너구리니 뭐니 이상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복지 혜택은 필요한 곳에 더 많이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의 돈을 그냥 나눠주자는 것은 정치적 매표 행위일 뿐"이라며 "동문서답 무한 반복하지 말라"고 재차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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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최 전 원장은 지난 1일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을 두고 "실효성도 의문인 사이비 분배 정책"이라며 정책에 현실성도 실효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 전 원장은 '기본소득이 성장 정책이라는 궤변' 제하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지사가 며칠 전 기본소득이 성장 정책이라고 주장했다고 들었다"며 "이재명 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은 성장 정책이 아닌 분배 정책이다. 일종의 변형된 소주성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비가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성장은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에서 나온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 위해 도전할 때 소비는 돈을 순환시키지만 소비가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이끌어내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투자가 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국민에게 8만 원을 주는 기본소득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복지 정책이고, 이 지사의 주장에 따르면 양극화를 일부 완화시키는 분배 정책이 될지언정 성장 정책은 결코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기본소득이 성장 정책이라는 주장은 궤변일 뿐"이라며 "현실성도, 실효성도 의문시되는 분배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이를 성장 정책이라 포장한 것. 일종의 분식, 즉 '정책 화장술'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성장이 분배를, 분배가 성장을 촉진하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사이비 분배 정책을 내놓고서 성장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이 지사의 생각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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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리너구리를 봤다면 오리냐, 너구리냐 논쟁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복지적 경제 정책이다. 복지 정책의 측면과 경제 정책의 측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기본소득의 한쪽 측면만 보고 비판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복지와 성장의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세상에는 복지 정책인 동시에 성장 정책인 것도 있다.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책 논쟁은 언제든 환영하지만,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얘기하지는 않길 바란다"며 "오리너구리를 보지 못한 사람은 오리냐, 너구리냐 논쟁하겠지만 세상에는 오리너구리도 있다"고 비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