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활자 출토된 공평15‧16지구 25층 오피스건물로…국내 최대 유적전시관 들어서
최근 조선시대 금속활자가 출토돼 관심을 끈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평15·16지구 재개발구역이 지상 25층 오피스건물로 탈바꿈한다. 구역 내 지하 1층에 국내 최대 규모의 유적 전시관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지난 21일 제9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인사동에 국내 최대 유적 전시관을 조성하는 정비계획(안)을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유적 전시관은 인사동 87 일대 '공평 제15‧16지구 도시 정비형 재개발구역' 내 지하 1층 전체에 조성된다. 전시관 규모는 4745㎡로 도심 내에 있는 육의전 박물관(505㎡)의 9.4배, 공평 도시유적 전시관(공평동 제1·2·4지구, 3818㎡)의 1.25배에 달한다.
금속활자 출토된 공평15‧16지구 25층 오피스건물로…국내 최대 유적전시관 들어서
공평 15‧16지구 재개발사업은 2019년 ‘서울시 도시‧건축 혁신 시범 사업’으로 1호 사업지로 선정됐다. 피맛길과 도시 조직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정비와 존치의 조화를 이루는 ‘혼합형’ 정비 수법을 도입해 정비계획을 결정했다. 지난해 3월부터 실시된 문화재 조사에서 배수로와 옛길, 주거지 등 보존 가치가 높은 매장문화재가 나왔다. 또 최근에는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동국정운식 표기가 반영된 금속활자와 천문시계, 물시계 등 조선의 과학적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금속 유물을 출토됐다. 조선 초기에 만들어져 1900년대까지 이용한 100여m의 배수로는 도성 내 배수 체계가 거의 훼손 없이 보전되어 있는 것을 알려주는 유적이라는 평가다. 배수로를 따라 북측에서 확인된 16세기의 건물지(약 23동) 등의 유구(遺構)는 조선전기 대지의 형태와 대지 내부에 조성된 건물의 배치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

발굴 유적에 대한 전면(이전) 보존이 필요하다는 문화재청의 판단에 따라 서울시는 애초에 결정된 정비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공평 룰’에 부합하는 정비계획을 수립해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했다. ‘공평 룰’은 문화재 전면 보존 때 공공은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민간은 매장문화재를 전면 보존 후 기부채납을 하는 민관 협력 방식의 ‘보존형 정비사업 모델’이다. 2015년 공평1·2·4지구에 처음 적용됐다.

정비계획 변경안에 따르면 시행사(랜스퍼트)가 매장문화재를 전면 보전하는 유적 전시관을 조성해 기부채납하는 대신 서울시는 전시 시설 공공 기여에 따른 인센티브로 높이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한다. 이에 따라 당초 지하 8~지상 17층(높이 70m, 용적률 803%)으로 예정된 건물은 지하 8~지상 25층(높이 104m, 용적률 1052%)으로 높아진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올 연말께 착공에 나서 2025년 준공할 예정이다.

전시관은 유구가 발굴된 처음 위치인 신축건물 지하 1층 전체에 조성한다. 또 보행 통로를 통한 동선 확보해 전시 공간으로의 접근성과 시각적 개방감을 높인다. 지상 근린생활시설과 분리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연계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시관은 전용 출입구 외에 공공보행통로면에 있는 중앙 선큰 광장과 엘리베이터를 통해 접근이 쉽도록 만든다. 전시관이 있는 지하 1층의 층높이는 6.6m로 계획한다. 일부 공간은 지상 1‧2층까지 확장해 공간감을 높이고, 이를 위해 지상 1층의 층높이도 4.4m에서 5.9m 높인다. 또 지상부에 유리 상자를 보행로 주변 곳곳에 설치해 유구를 보호하면서도 전시관을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배수로는 남측 벽과 북측 벽의 설치 높이를 달리해 15세기 토층부터 원형 그대로 전시한다. 인터렉티브 기법 도입과 증강현실(AR) 활용으로 현장감을 살릴 계획이다. 세부 전시 계획은 문화재청 협의 및 전문가 검토를 거쳐 구체화할 예정이다.

서성만 균형발전본부장은 “이번 공평동 15‧16지구의 정비계획 결정을 통해 낙후된 도심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발굴된 역사유적과 유물들이 도심 상업 가로와 유기적으로 소통해 역사·문화 도심에 걸맞은 도시 공간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