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외 테일러 급부상, 뉴욕·애리조나까지 5곳 후보지 검토
"인센티브 제값 받아야"…TSMC·인텔 공세 속 삼성전자 '결단' 주목


삼성전자가 미국에 20조원(170억달러)을 들여 건설할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의 부지 선정이 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유력 후보지인 텍사스주 오스틴과 인센티브 협상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같은 텍사스주 내 인근 테일러가 새로운 후보지로 등장하면서 오스틴과 경쟁하는 모양새다.

TSMC와 인텔 등 반도체 강자들의 파운드리 침공이 거세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은 어디'…고민 길어지는 삼성전자
◇ "공장 '셧다운' 두 번은 안돼"…오스틴·테일러 '2파전'되나

삼성전자가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 투자 후보지를 놓고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유력한 후보지였던 오스틴시(트래비스 카운티)와의 인센티브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같은 주정부내 테일러시(윌리엄슨 카운티)를 또다른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된 분위기다.

18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테일러 독립교육구(ISD)에 세제 혜택을 신청하면서 공개된 문서에서 텍사스주 외에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와 퀸크리크 지역, 뉴욕의 제네시카운티 등을 후보지로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2곳, 애리조나 2곳, 뉴욕 1곳 등 최소 5개 지역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 가운데 기존 파운드리 공장이 있는 오스틴을 유력한 최종 후보지로 꼽았다.

현재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인근에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을 돕는 국내외 협력업체들이 몰려 있어서다.

현재 뉴욕이 삼성전자와 같은 유력 반도체 기업의 공장 유치에 상당히 공들이고 있고, 애리조나는 최근 투자계획을 밝힌 TSMC와 인텔 등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집결할 정도로 인프라가 잘돼 있음에도 오스틴이 1순위로 거론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오스틴과 거리가 먼 뉴욕이나 애리조나에 삼성전자가 제2 파운드리 공장을 지으면 협력업체들도 함께 움직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기존 공장과의 시너지 측면에서도 오스틴이 유리해 보였다.

삼성전자는 기존 오스틴 공장 인근에 2공장 건설을 위한 추가 부지를 매입하고, 용도변경까지 진행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근 테일러에 인센티브 지원을 타진하고 나선 것은 올해 2월 텍사스주의 기습한파로 인한 오스틴시의 단전·단수 조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생산에 있어 물과 전기는 핵심 인프라 자원인데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의 일방적인 단전·단수조치로 두달 가까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로 인해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손실만 3천억∼4천억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이 사태 이후 오스틴측에 '셧다운' 재발방지 대책과 추가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으나 협상에 획기적인 진전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는 오스틴 공장과 60km가량 떨어져 차로 1시간 이내로 비교적 가깝다는 것도 장점이다.

오스틴시의 행정 리스크를 분산하고 기존 공장 인근이라는 점에서 테일러가 또다른 유력 후보지로 부상한 셈이다.

다만 테일러 지역에는 아직 신규 부지가 확보되지 않아 오스틴에 비해 공장 건설은 지연될 전망이다.

오스틴은 당초 올해 3분기 착공이 예상됐으나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이고, 테일러 지역은 내년 초에나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삼성전자는 예상했다.

뉴욕과 애리조나도 여전히 유효한 카드다.

현재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애리조나에서 후보지로 검토중인 굿이어와 퀸크리크 지역 토지 경매 2건이 오는 9월 16일에 재입찰에 부쳐질 예정이어서 삼성전자가 입찰에 참여할지 관심이다.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은 어디'…고민 길어지는 삼성전자
◇ 글로벌 경쟁 속 '적기 투자' 놓치나 우려…"평택 P3가 만회" 의견도

삼성전자의 미국 파운드리 투자가 늦어지면서 격화하는 글로벌 파운드리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이어 일본과 유럽에도 신규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인텔이 세계 3위 파운드리 회사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착수하는 등 반도체 강자들이 무섭도록 치고 나오는 가운데 삼성전자만 투자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총수 부재 상황까지 겹친 삼성전자가 최적의 투자 시기를 놓쳐 파운드리 부문의 추격이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 건설에 있어 급할 게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이 현재 짓고 있는 평택캠퍼스 3라인(P3)에 대규모 파운드리 라인 1개를 확보해 당장 급한 불은 껐는데, 충분한 인센티브와 보상을 받아내지 못한 채 쫓기듯 미국 투자를 결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평택 P3라인은 내년 하반기면 완공돼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해도 2023년이면 생산이 가능하다.

2024년 이후 가동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보다 빠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인데 평택에 대규모 라인을 확보하게 된 삼성전자가 당장 파운드리 라인이 부족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미국 주정부와 '밀당'을 하며 인센티브를 충분히 받아내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