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은 수수료 수익에 집중된 부동산신탁사들이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한다. 부동산신탁사가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1990년 부동산 투기 대책의 하나로 부동산 신탁제도를 도입했다. 대한부동산신탁과 한국부동산신탁 2곳이 운영되다가 1997년 외환위기 때 부실이 커져 파산했다. 1996년 이후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하나자산신탁 등 11곳이 순차적으로 인가를 받았다. 2019년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신자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3개의 신탁사를 인가해 총 14곳이 됐다.

부동산신탁사의 화두는 신상품 발굴과 사업 영역 확대다. 이 사장은 “부동산신탁사들이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 모델이 없기 때문”이라며 “단순한 자산 신탁이 아니라 공급자·수요자·금융회사를 연결하는 플랫폼 산업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토지 매입부터 분양에 이르는 3년 동안 수수료를 받는 게 기본적인 사업 구조다. 하지만 이런 분양 사업은 부동산 경기 영향을 받기 일쑤다. 이 사장이 주목하는 신사업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임대형 사업이다. 개발뿐 아니라 임대·운용·관리까지 부동산 모든 생애주기를 사업 대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전체 신탁 기간도 토지 매입부터 임대 운영까지 약 10년에 달한다. 이 사장은 “임대형 사업이 신탁 본연의 기능인 개발은 물론 임대·운용·관리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신탁사들의 사업 구조 다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전문 신탁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신탁업은 정부의 인가(라이선스)를 받아 국내에서 부동산을 위탁·관리하는 비즈니스”라며 “규제의 울타리 속에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좁은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파생상품 등을 다양하게 만들지만 부동산신탁업은 토지신탁 담보신탁 관리신탁 등 몇 개의 상품을 정형화해 운신의 폭이 좁다는 게 이 사장의 생각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